이낙연 국무총리가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간 현안의 조속 해결’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회담했다. 두 총리는 회담에서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로서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갈등 해결 의지를 다졌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한일 최고위급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에서 이 총리는 “한일관계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키자”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히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아 그간 ‘한국이 한일관계의 기반인 1965년 협정을 부정하려 한다’는 일본의 의구심을 불식했다. 양국은 ‘면담’ 대신 ‘회담’이라고 용어를 통일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관계는 얼어붙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이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반복했고, 한국 정부는 3권 분립의 원칙상 사법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7월 초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하고, 8월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역사에서 경제, 안보 분야로까지 확산됐다.
갈등 해소도 강제징용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다만 한일관계 경색은 양국 모두에 마이너스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양국 정부는 해결책을 찾아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10월 31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3, 11월 16, 17일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의 장을 활용해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총리는 9월부터 지소미아 복원과 수출규제 해제의 동시해결을 주장해왔다. 양국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을 모색함과 동시에 다음 달 23일 종료되는 지소미아의 복원과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통 큰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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