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요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속속 차지하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3일 보도했다. 15개 유엔 산하 전문기관 가운데 중국인 수장을 둔 곳은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 총 4개다. 미국인은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유일하다.
6월 FAO 사무총장 선거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취둥위(屈冬玉) 농업농촌부 부부장은 194개 회원국 중 108표를 얻어 12표만 받은 다비트 키르발리드체 조지아 전 농업부 장관을 압도했다. FP는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국 후보를 내지 말라며 수백만 달러의 차관을 면제해줬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해 몰표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FP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다자외교를 소홀히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이 이런 상황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6년부터 “유엔은 같이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집권 후 미국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 유엔 산하기구에서 탈퇴했다. 각종 유엔 기구 분담금도 대폭 줄였다.
2019∼2021년 기준 유엔 분담금 비율은 미국 22.0%, 중국 12.0%, 일본 8.6%다. 중국은 분담금 2위였던 일본을 멀찌감치 제치고 세계 각국에 ‘차이나머니’를 뿌리고 있다. 케빈 몰리 미 국무부 국제기구담당 차관보는 “앞으로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은 중국을 막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