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주요 참여자인 백화점 업계가 할인 행사를 벌이지 않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 지침’을 만들어 할인에 따른 부담을 유통사에 지우려 하자 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초대형 할인 행사를 내세웠던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할인 없이 경품행사만 있는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와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국내 백화점 업체들은 다음 달 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할인 행사 없이 경품 이벤트, 사은품 증정 행사만 하기로 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는 백화점이 할인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백화점 할인은 없다”고 못 박았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2015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온 것으로 매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방해 내수 진작 차원에서 기획됐지만, 업체 참여가 저조한 데다 소비자가 반길 만한 획기적 혜택이 없던 탓이다.
올해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최대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늘리려고 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가 주요 참여자인 백화점 업계의 할인 의지를 꺾으며 삐걱대기 시작했다.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특약매입 지침)을 마련해 이달 31일부터 백화점의 할인 정책을 컨트롤하기로 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공정위는 유통사와 입점 업체가 그동안 협의로 정하던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 비율을 유통사가 의무적으로 50% 이상 지게 했다. 예컨대 판매수수료율 30% 계약을 맺은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1만 원짜리 상품을 8000원으로 할인 판매하면 현재는 백화점이 할인가 2000원에 대한 30%(600원)를 부담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지침을 통해 백화점이 할인가의 50% 이상(1000원 이상)을 부담하게 했다. 당초 2400원이던 백화점 수익이 2000원 이하로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공정위 측은 지난달 이 같은 지침을 행정 예고하면서 “대규모 유통업자가 가격 할인 행사 시 자신이 부담해야 할 판촉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수익성을 더 낮춰 적자를 보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24일 특약매입 지침의 시행을 두 달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일을 당초 이달 31일에서 내년 1월 1일로 두 달 유예해 주기로 했다”며 “기업들이 개정된 특약매입 지침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백화점협회 측은 “두 달 유예된다는 내용을 공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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