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강조한 교육개혁의 핵심은 ‘쉽고 단순한 입시’다. 이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 위주로 대학에 입학하는 정시 비중 확대,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배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획기적 개편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정책 추진의 속도를 높여 11월 중 구체적인 교육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정시 비중 40% 이상으로 늘리나
교육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맞추는 안건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정시로 넘어가는 인원을 포함하면 정시 비중이 사실상 47∼50%에 이르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초 22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정시 50% 달성’을 넣을 계획이었지만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정시 확대를 한다고 해서 대입이 ‘100% 수능’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 상향 비율은) 2018년 대입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했던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해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입공론화 당시 제시된 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방안은 ‘정시 비중 45% 이상’이었다. 2020학년도 전국 대학의 정시 입학생 비중은 19.9%에 그쳤다.
학종 개편은 향후 방향성이 좀 더 명확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으로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 중 ‘비교과’의 입시 반영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비교과를 일컫는 단어인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이 모두 대학 진학과 무관해진다. 학내 수상 항목 역시 학종 반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교사가 학생의 특징을 기재하는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이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특은 학교와 교사마다 기재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 존폐 기로에 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정부는 이날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도 예고했다. 유 장관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바꾸라”고 주장하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권에서는 외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의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 자사고 설립 근거인 같은 법 시행령 91조의 3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이들 학교를 한꺼번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진보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내신 절대평가가 함께 시행돼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주장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정부 방침에 따라 사학이 투자해 발전시킨 학교”라며 “정부가 일괄적으로 기한을 맞춰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진보 진영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정시 확대’를 실행하기 위해 자사고 등의 일괄 폐지를 함께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한꺼번에 전환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오랜 요구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 교육의 파행”이라고 비판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지율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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