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총서 쓴소리 봇물
조응천 “공정과 기회 평등 등 당 가치와 상반된 얘기 쏟아져”
박용진 “공수처 얘기만 하지말고 민생-경제로 전환 빨리해야”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괴로워했고 지옥을 맛봤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5일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조 전 장관 지명일인) 8월 9일 이후 매우 괴로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의총 자유발언 때 “조 전 장관 사태를 겪으며 답답했다”고 토로한 조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전 장관 지명 후 공정과 기회의 평등 등 우리 당의 가치와 상치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 힘들었다”며 “왜 아직도 조국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 논란이) 노출되면 될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왜 자꾸 조 전 장관을 소환해야 하느냐. 이제는 조국을 놔주고, 조국을 마무리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및 정치개혁 법안 처리 방안과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총회를 열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은 3분씩 자유발언을 했는데, 조 의원뿐 아니라 소신파 의원들의 “이제 ‘조국 사태’에서 벗어나 민생에 집중하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박용진 의원은 “아직도 이렇게 조국 사태에 묶여 있나. 당 지도부가 아침저녁으로 공수처만 얘기할 게 아니라 민생, 경제 우선으로 국면 전환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공수처라는 당론도 중요하지만 그걸 최우선 국정과제로 생각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아쉬움과 이철희 표창원 등 초선 의원들의 릴레이 불출마 선언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초선 의원들의 개별적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좀 더 의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현재 당의 상황을 ‘샴푸’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샴푸를 미리 채워 넣어야 하는데, 있는지 없는지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보면 뚝 떨어져 있다. 그게 지금 우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 등에 제대로 준비하고 대처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지지율 하락 등 위기 상황이 닥치자 당이 당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문제를 비롯해 탄핵 정국 당시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도종환 의원은 군인권센터가 최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설명하면서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철희 의원은 “이미 다 조사하고 결론을 낸 문제인데 다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정당 협력 차원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해찬 대표가 26일 귀국한 이후 30일 다시 의총을 소집해 추가로 총의를 모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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