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에서 댓글 기능을 이달 안에 없애고, 인물을 검색할 때 자동으로 뜨는 관련 검색어 제공과 검색어 제안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서비스도 검색량 증가율이 높은 키워드를 보여주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재난이나 대형사건, 사고 등 시의성 높은 이슈를 반영하는 서비스로 내년 상반기 중 개편하기로 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죽음을 계기로 악성 댓글의 폐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네이버가 2004년 처음 댓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누리꾼 사이에서는 댓글이 여론의 다양성을 키우는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은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혐오스러운 감정의 배설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 오래다. 찬반이나 우호·비우호의 차원을 넘어선 비방과 험담 등 인신 모독적 내용을 담은 ‘악성 댓글’은 피해자의 정신을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력이다.
악성 댓글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데에는 플랫폼 관리를 소홀히 한 포털의 책임이 가장 크다. 포털은 뉴스 댓글의 해악이 문제가 될 때마다 로그인 후 이용하기, 신고하기 등 땜질식 대책을 내놓거나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책임을 넘기는 데 급급했다.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가 설리의 죽음 이후 “뉴스 댓글에 대해 언론사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무대책으로 버티는 것은 비근한 예다.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누리꾼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을 달도록 허용하고, 이를 통해 트래픽 증가라는 상업적 이득을 누린 것이다.
카카오가 연예기사 댓글만 우선 폐지하기로 한 점도 매우 아쉽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벌어진 ‘실검 전쟁’이나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에서 보듯이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정치적 여론 조작은 연예기사의 악성 댓글처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문제다. 포털과 SNS 업계는 거짓정보 확산 등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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