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을 대표하는 포항시와 구미시가 올해 도시의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하지만 도내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해 온 두 도시의 현재 위상은 크게 엇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하게 한다.
포항시는 올해 시(市) 승격 70년을 계기로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는 각오다. 시민들은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결속을 강화하는 화합의 한 해를 만들겠다며 서로를 다독이는 분위기다.
시 승격 70년을 축하하듯 포항은 ‘희망 미래’를 기대하는 굵직한 사업들을 유치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차세대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약 개발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및 바이오 연구 주거 산업 문화를 집적화하는 강소연구개발특구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미래 첨단 산업들이다. 포항시는 철강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이 빨라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침 문화관광산업 인프라 확충도 시동을 걸었다. 영일만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돼 도시 가치와 전국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역점을 기울이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도시재생의 새 모델도 기대를 모은다. 이 시장은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요나고(米子)시 등을 오가며 환동해권 도시들과의 교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구미시는 최근 마련한 구미공단 50년 기념행사 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시가 제작한 홍보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뺐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업체의 실수라는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26일 박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이라고 해 기름을 부었다.
한때 내륙의 최대 생산수출기지였던 구미공단의 현주소는 딱하다. 올해 1분기 가동률은 65.9%로 전국 평균 76.9%를 한참 밑돌았다. 2013년 367억 달러였던 구미의 수출액은 지난해 258억 달러로 5년 만에 30%가량 줄었다. 공단에는 매매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넘쳐 난다.
여기에 올 상반기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는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가 없다가 최근 노사민정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가 시동을 걸었지만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포항시와 구미시가 경북 최고(最高) 도시를 놓고 벌인 자존심 대결은 늘 예상을 뛰어넘었다. 선의의 경쟁은 새 역사를 만들었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속 정당이 다른 단체장의 행보부터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 도시들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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