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치르는 내년 30% 증액안 내놓은 국정원의 깜깜이 예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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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내년 예산안을 올해 예산 5446억 원에서 1610억 원(29.6%) 늘어난 7056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부처별로 증가율을 따져 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112.4%), 중소벤처기업부(31.4%)에 이어 3번째다.

선관위의 예산 증액안은 내년 총선 실시를 감안하면 증액이 불가피하고 중기부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을 들 수 있다지만 국정원의 30% 예산 요구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과 과학정보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연구, 장비·시설 확충 등 정보 과학화와 공무원 보수 인상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예산 대폭 증액안은 정치적 시비와 의혹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국내정치 개입과 특수활동비 상납이라는 부끄러운 과거로 얼룩진 국정원이다. 국내 정보파트 폐지 등 개혁을 했다지만 지금의 국정원도 국정원장과 여권 실세 회동, 민간인 사찰 의혹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외정보 역량이 나아졌는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이 직접 대북 교섭에 나서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정보 판단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정원 예산은 총액으로만 제시될 뿐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예산이 공개될 경우 정보역량이 노출된다는 안보적 이유에서지만 예산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해 ‘눈먼 돈’ 특활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일한 국정원 예산 통제장치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심사뿐이다. 국정원은 작년에도 1000억 원 증액안을 제출한 뒤 야당 반대로 200억 원이 깎였지만 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언제까지 국정원에 이런 폐쇄적 권한을 줄 것인지 따져볼 때가 됐다.
#국정원#예산 증액안#특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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