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이철희-표창원 의원 면담
김해영 세대교체론엔 “숙고하겠다”
내달 2일 세종시 자택서 열려던 ‘대표-소속 의원 초청 만찬’ 취소
당 최고위, 총선기획단 발족… 30일 의총선 현안 공론화 예정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28일 이해찬 대표를 만나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당을 혁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30일로 예정된 패스트트랙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조국 사태 이후를 대처하고 내년 총선을 위한 당 쇄신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2일 세종시 자택에서 열기로 했던 ‘대표-소속 의원 초청 만찬’을 이날 취소키로 했다. 당 안팎 상황이 심상치 않은 시점에 자택 주말 만찬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하다.
이 의원과 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불출마 선언은) 당 혁신과 쇄신을 위한 충정”이라며 “특히 20, 30대 젊은층의 호응을 받는 정당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했다.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두 의원은 “이 대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내년 총선이 중요한데 총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고 보답해야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까지 잘 해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대표에게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면 비례대표로 내세울 만한 청년 영입이 절실하다”며 세대교체론을 거듭 주장했고, 이 대표는 “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조국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초선 의원들뿐 아니라 페이스북에 자성의 글을 올린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 쇄신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초선 의원들은 잇따라 ‘불출마’까지 선언하는데, 당 지도부나 중진들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뒤늦게 표출되고 있는 것. 한 재선 의원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당 차원의 쇄신안이 조만간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행동이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의원이 30일 의총을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쏟아지는 인적 쇄신에 대한 ‘쓴소리’가 이해찬 대표 사퇴 요구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나오는 ‘이해찬 책임론’이 당 대표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을 얘기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 대표에게 ‘조국 사태’를 잘 복기하고 반성한 뒤 책임지고 더 강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달라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철희 의원 역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말한 ‘대표 책임론’은 사퇴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책임지고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커지는 인적 쇄신 요구를 동력 삼아 총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 총선기획단은 공약 개발·전략·홍보·기획을 담당할 하부 조직을 꾸리고 ‘총선 정국’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25일에 이어 30일 다시 한 번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할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국 후유증’을 매듭짓지 않으면 자칫 내부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러쿵저러쿵 목소리라도 나오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자정의 기능이 살아 있다는 뜻”이라며 “‘조국 사태’로 실망한 국민에게 비치는 모습도 장기적으론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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