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만 25년… ‘샐러리맨 신화’ 최양하 한샘 회장 물러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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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걸 창업주 소유-경영 분리 따라 입사 15년만에 대표이사 파격 발탁
“공간을 판다” 한샘 성장 이끌어
후임 대표엔 강승수 부회장 승진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한샘 최양하 대표이사 회장. 한샘 제공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한샘 최양하 대표이사 회장. 한샘 제공
25년간 한샘을 이끌어온 최양하 대표이사 회장(70)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 강승수 부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에 올라 한샘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샘은 최 회장이 31일자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퇴임한다고 30일 밝혔다. 1994년 대표이사 전무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5년 만이다. 최 회장은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한샘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해 다른 이에게 전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1949년생인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한샘에 입사했다. 1986년 한샘의 부엌가구 부문을 업계 1위로 올려놓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평사원 입사 15년 만인 1994년 한샘의 대표이사가 됐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인재를 크게 쓰겠다던 조창걸 한샘 창업주의 파격 인사였다.

최 회장은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철학으로 한샘의 성장을 이끌었다. 경쟁사는 각각의 가구를 개별적으로 팔았지만 한샘은 소파와 장, 테이블 등을 합쳐 ‘거실 상품’ ‘침실 상품’ 등으로 통째로 제안했다. 이 같은 공간 마케팅과 더불어 상담부터 설계, 시공,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며 한샘의 매출은 2013년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엔 매출 2조 원 벽을 뚫었다.

최 회장의 퇴진은 내년 한샘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임인 강 부회장은 1965년생으로 최 회장보다 16세나 젊다. 강 부회장은 1995년 한샘 입사 후 25년간 기획·영업·해외사업 등을 두루 거치며 차세대 경영자로서 역량을 쌓아왔다.

강 부회장은 한샘의 실적 악화에 대응하는 한편 신사업 투자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샘은 올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매 분기 기록하고 있다. 올 2분기(4∼6월),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28억 원, 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30%가량 줄었다.

한샘은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중에서도 리모델링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한 달 이상 걸리던 리모델링 기간을 보름 이내로 단축시키고 최신 리모델링 트렌드를 제안하는 ‘리하우스 대리점’을 지난해 82개에서 올해 9월 기준 416개로 늘렸다. 내년엔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샘 관계자는 “1, 2인 가구 및 반려동물 증가로 새로운 공간을 제안할 수 있게 된 것도 기회로 보고 있다”며 “해외 시장 공략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한샘#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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