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한국과 미국의 경기. 당시 ‘드림팀’을 구성하고도 한국에 3-7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미국은 쏟아지는 자국 팬들의 비난에 해명에 나섰다. 포수 마이클 배럿(당시 시카고 컵스)은 “9회에 등판한 투수는 마치 시속 110마일(약 177km)의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05년 데뷔해 KBO리그 최다 세이브(277개) 보유자인 ‘돌부처’ 오승환(37)의 첫 국제무대는 인상적이었다.
2019 프리미어12 출격을 앞둔 ‘김경문호’에는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파이어 볼러’가 여럿 있다. 조상우(25·키움), 하재훈(29·SK), 고우석(21·LG)이 그들이다. 모두 빠른 직구를 70% 이상 활용하면서 130km대 중반의 슬라이더를 섞는 레퍼토리로 타자를 윽박지른다. 과거 대표팀 마무리를 책임졌던 오승환과 닮은꼴이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2.4km로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빨랐던 조상우는 포스트시즌에서 전천후 소방수로 활약하며 키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위기 상황에서 실점을 막는 ‘스토퍼’로 8경기에 등판해 9와 3분의 1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하재훈과 고우석에 대해 “모두 공이 빠르지만 공을 놓는 지점과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 등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턴파로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세이브 1위(36개)에 등극한 하재훈은 2가지 결정구(슬라이더, 커브)를 비슷한 비율(슬라이더 15.6%, 커브 11.2%)로 구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합이 97%를 넘기는 ‘투 피치 투수’ 조상우, 고우석과의 차이점이다. 특히 평균 시속 120.2km의 커브와 직구(146.2km)의 구속 차가 커 상대 타자에게 혼란을 준다. 공 끝이 묵직한 LG 고우석은 오승환의 후계자로 주목받는다. 고우석의 직구는 피안타율이 0.213에 불과해 3명 중 가장 낮다. 데뷔 동기인 키움 이정후는 “고교 때 (고)우석이의 공을 쳐 봤다. 그때는 빠르기만 했다면 지금은 묵직한 힘이 더해졌다. 같은 150km라도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김경문 감독은 키움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줬던 불펜 운영에 대해 언급하며 “박빙에서는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를 먼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붙박이 마무리는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파이어 볼러’ 3명을 어떤 상황에서 기용할까. 이번 프리미어12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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