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30%대… 세종시 상가 바닥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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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가율 44.3% 전국 최저, 공실률 9.6%… 전국평균 5.9% 웃돌아
내년 대규모 아파트 분양 등 호재… 일부 자산가들 다시 투자 움직임

세종시 상가의 공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매로 나오는 물건의 낙찰가율도 떨어지자 최근 서울 자산가들 사이에서 세종시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아파트 분양이나 공공기관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상가 가격이 많이 떨어진 현 시점에서 매입해 장기적으로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낙찰가율은 44.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평균 72.2%였던 세종시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낙찰가율은 올 5월 50.2%로 떨어진 후 3개월 연속 50%대를 기록하다 8월(49.0%)부터 4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물건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업시설의 낙찰가율이 40%대라는 것은 최초 분양가의 3분의 1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 상가의 경매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10월 들어 28일까지 진행된 7건의 경매는 모두 유찰됐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워낙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어 낙찰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낮은 가격에도 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분기 세종시 소규모(연면적 330m² 이하) 상가의 공실률은 9.6%로 전국 평균(5.9%)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전북(1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공실률이다.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18.4%)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에 비해 상가 공급이 너무 많이 이뤄진 탓이라고 지적한다. 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1인당 상가면적은 8.1m²로 서울 인근 위례신도시(3.6m²)의 두 배를 넘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동안 세종시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낙찰가율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공실을 버티지 못하고 경매로 나오는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세종시 업무·상업시설 경매는 총 29건 진행됐지만 올해에는 10월 현재까지 90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세종시 상가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는 일부 자산가들의 이야기다. 경매 낙찰가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당장은 높은 공실률 탓에 임대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종시 상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정부세종신청사가 2022년 완공 예정인 데다 내년에는 6-3생활권에 약 8000채 규모의 아파트가 분양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중심으로 자산가들의 관련 문의가 늘면서 일부 은행 PB센터들은 세종시 상가 투자 투어를 계획 중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세종시 상가는 처음 분양했던 가격에 비해 워낙 저렴해진 상황이어서 기회로 보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늘고는 있다”며 “도시가 완성되기 전인 만큼 자금 여유가 있는 자산가 중에 지금 매입해서 향후 상권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매각해 차익을 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시 상가#경매 낙찰가율#대규모 아파트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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