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PLS 도입 후 달라진 것들[기고/이의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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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우리 국민은 농약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다. ‘농약 음독’ ‘농약 사이다’ 같은 사고 소식을 많이 접해서 그럴 터다. 그러나 농약은 개발단계에서 사용 후 농산물 잔류까지 안전성이 검증된 경우에만 생산 판매 사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도 시행해 더욱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PLS가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시행된 올해는 농산물 안전관리에 큰 획을 그었다. PLS는 농약 오·남용 방지와 수입식품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잔류허용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농약은 불검출 수준(kg당 0.01mg 이하)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소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농업계와 식품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검증되지 않은 농약이 수입 농산물에서 검출되고 국내 농산물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농약이 확인되면서 잔류 농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약 PLS를 2011년부터 계획, 추진했다. 그러나 국내외 농업계와 제조업계 등은 대규모 부적합 사태를 우려해 세게 반대했다. 특히 2017년 ‘살충제 잔류 계란’ 사건 이후 안전식품에 대한 국민 요구가 커졌음에도 지난해 가장 반대가 거셌다.

소규모 다품목 재배 특성이 있는 국내 농업계는 사용 허가된 농약과 잔류허용기준 수의 부족, 드론 등으로 뿌릴 때의 오염 우려, 오염된 토양이나 농작물 연속재배로 인한 비의도적 오염 문제와 함께 PLS 교육과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과 식품업계는 수입에 필요한 잔류허용기준 수가 부족하고 준비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시행유예나 계도기간을 요구했다.

하지만 식약처 주도로 관련 부처들이 범부처 잔류물질 안전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고 PLS 시행 전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생산 및 수입 농산물에 대한 맞춤형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이렇게 준비한 결과 올해 국내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의 잔류농약을 검사해보니 PLS 시행 이전인 지난해와 비교해 국내 농산물의 부적합은 다소 줄었다. 수입 농산물은 소폭 증가했지만 부적합률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LS가 도입되면 부적합이 1.5∼4배 증가할 것이라는 일부 예측을 뒤집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노력과 안전사용 기준을 지키려는 농민의 자발적인 의지의 성과다.

PLS 도입 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농약 판매상의 판매기록 의무화 및 판매이력 추적제를 운영 중이다. 구매자와 구매 농약을 의무적으로 기록, 관리하도록 하고 미등록 농작물에는 농약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식약처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검사소를 확대하고 올 하반기부터 동시 분석검사항목을 370종에서 473종으로 늘려 더 철저하게 잔류 농약을 관리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자, 식품 수입자에게 PLS는 새로운 규제일 수 있다. 하지만 PLS는 교통신호등 같아서 지키면 모두가 안전해진다는 약속이다. PLS 정착을 통해 올바른 농약 사용과 안전한 농산물 수입이 정착된다면 먹거리에 대한 국민 신뢰는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농약#pls#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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