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또다시 발사체 도발을 감행한 직후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달 2일 첫 시험발사했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협상에서 물러난 것으로 평가받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지난달 27일 재등장시켜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다”라며 위협 강도를 높인 만큼 미국을 직접 겨냥한 기습 타격 전력인 SLBM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는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가 400km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방사포는 대남 겨냥용으로 개발된 단거리 전력이다. 북한은 구경이 600mm로 추정돼 세계 최대 구경 방사포로 불리는 이 포를 개전 초기 청와대 등 남한 내 핵심 방호시설을 초토화해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한편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발사 성능을 최종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9월 10일에도 초대형 방사포 3발을 발사하며 연속 발사 기술 시험에 나섰다. 당시 내륙지역인 평안남도 개천을 택해 3발 연속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 중 1발은 불발됐고, 1발은 내륙에 추락해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연발 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추가 발사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31일 발사에선 2발 모두 동해상에 탄착하는 등 정상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0일 발사는 북한이 5월 4일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도발을 재개한 이후 첫 실패였지만 한 달여 만에 발사에 성공한 것. 이로 볼 때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를 실전 배치하기 위해 당분간 시험발사를 더 짧은 간격으로 자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31일 오후를 발사 시간으로 택한 점을 두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앞서 3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진 만큼 최소한의 예를 갖추는 차원에서 조의문을 보냈지만, 이튿날 발사체를 발사하며 조의문에 대한 확대해석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북한의 준비됐던 발사 계획에 맞춘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통상 새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 오전, 오후, 저녁 등 여러 시간대를 다양하게 택해 도발한다. 이미 정해진 개발 시간표를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사 현장엔 김 위원장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이 금강산, 양덕 온천지구 등 북한 곳곳을 돌며 시찰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김 위원장 참관하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 주시해 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한 단계씩 도발 수위를 높이는 식으로 미국을 몰아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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