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응급환자를 태운 채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 1호’가 3일 사고 62시간여 만에 인양됐다. 해양경찰청은 헬기 탑승자 7명 중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소방관 시신 2구를 수습했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초 무인잠수정으로 확인한 헬기 동체 안의 실종자는 인양 도중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중 그물망에도 동체 인양 중 실종자 유실
3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독도에서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해군 심해잠수사가 해저 72m 아래로 투입돼 바닥에 거꾸러져 있던 헬기 동체 고정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2시 4분경 해군 잠수구조함인 청해진함이 심하게 훼손된 동체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날 청해진함의 무인잠수정으로 확인한 결과 동체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던 실종자는 내부 수색 결과 발견되지 않았다. 동해해경 황상훈 수색구조계장은 “실종자가 파손된 기체 일부와 함께 인양 중 유실된 것으로 판단된다. 유실 방지를 위해 그물망을 이중으로 설치했으나 기체 일부와 내부 장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 측은 그물망이 찢어지면서 시신이 유실된 것인지에 대해 “청해진함에서 이뤄진 수색 관련 사항은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 “사고 원인 규명할 블랙박스 아직 회수 안 돼”
인양된 동체는 헬기 꼬리와 프로펠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조종석이 부서져 있었다. 당국은 동체를 포항항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옮겨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동체가 인양됐지만 사고 원인을 밝힐 헬기의 블랙박스와 음성기록 장치는 회수되지 않았다. 두 장치는 사고 헬기의 꼬리날개 부근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꼬리날개 등 헬기의 꼬리 부분은 인양되지 않았다. 수색 당국 관계자는 “해저에 있는 꼬리 부분도 추후 인양해 사고 원인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동체와 헬기 정비 실적, 운항 실적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후부터 동해 중부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당국은 수중 수색을 중단하고 함정 12척과 항공기 4대를 동원해 야간 해상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4일 오후 기상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가용 인원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중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다.
사고 헬기는 2016년 3월 도입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결함·고장 발생으로 40차례 수리됐다. 본보가 입수한 수리 내역을 보면 소방청은 2016년 5월 헬기 날개 전방부 파손(blade leading edge crack)으로 10일간 수리하기도 했다. 한 헬기 정비사는 “헬기 급가동 시 공기 저항이나 자재 불량 등으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고장 당시에 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DNA 대조 통해 소방관 2명 신원 확인
앞서 2일 오후 9시 14분경에는 헬기 동체 근처에서 수색 작업을 펼친 청해진함이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이모 부기장(39)과 서모 정비사(45)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 헬기에는 김모 기장(46) 등 대원 5명과 환자 윤모 씨(50), 보호자 박모 씨(46) 등 7명이 탑승해 있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DNA) 분석과 해경의 정밀지문 감식 결과로 두 소방관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신은 헬기 동체에서 약 90m 떨어져 나간 헬기의 꼬리 부근에 있었다. 동체에서 각각 110m와 15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낮 12시 5분 헬기와 차량으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안치됐다. 동산병원에 들어선 실종자 가족 대표 7명은 비통한 표정이었다. 소방청은 “유족과 의논해 이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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