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비슷해 구별 어려웠던 種, 단일 DNA 표지 세계 최초 개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했을 때 유용
일반적인 유전자(DNA) 검사로는 구별이 힘들었던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구분하는 이른바 ‘유전자 신분증’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번 연구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종을 구별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최근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구별할 수 있는 단일 유전자 신분증(DNA 표지)을 개발했다. DNA 표지는 생물종과 원산지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 단편(쪼개진 조각)이다.
그동안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식별유전자로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기러기목 오릿과인 두 종은 지금으로부터 약 260만 년 전에 시작한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라는 비슷한 시기에 분화해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이 매우 유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DNA 서열뿐 아니라 동물 종을 식별할 때 사용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도 차이가 거의 없다.
연구진은 두 조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해 두 종이 구별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흰뺨검둥오리 16마리와 청둥오리 3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두 종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 것이다. 다름 아닌 청둥오리는 있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없는 49개 염기쌍으로 이뤄진 특정 서열이다.
이번 연구는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오리류의 종을 구별할 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AI를 조사할 때는 조류의 분변을 채취하여 바이러스뿐 아니라 유전자를 분석해 분변이 어떤 종의 것인지 밝히는 작업도 함께 이뤄진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모두 AI가 발생할 때 주요 조사 대상에 속하는 조류다. 또 국립생물자원관은 직접적으로 개체를 포획하기 어려워 깃털이나 분변 등 흔적 시료를 이용해 조류 생태 및 유전적 특성을 연구할 때도 이번 연구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신분증은 한 번에 간단한 실험을 통해 종을 식별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DNA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물종 식별 관련 기술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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