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개인 맞춤형 IPTV 승부수
820만 가입자 시청 이력 분석해 AI큐레이터가 계정별 채널 추천
초소형 셋톱으로 어디서든 시청… 콘텐츠 자체 제작-유통 늘리기로
“KT 유료방송은 ‘개인화’로 승부를 건다.”
인터넷(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스마트폰 위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는 달리 TV가 핵심 플랫폼이다. TV는 가족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홈 미디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국내 유료방송 1위(가입자 점유율 기준 31.1%) 기업 KT가 이런 TV의 개념을 180도 뒤집은 ‘나만을 위한 TV’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케이블TV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상황에서 내놓은 승부수다.
구현모 KT 미디어&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의 유료방송 서비스 방식으로는 개인화된 소비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홈 미디어인 IPTV도 개인에 맞춰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T가 공개한 IPTV 개인화 서비스는 하나의 TV를 이용하는 가족 구성원이 개인별로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AI) 큐레이션’과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한 IPTV 서비스인 ‘슈퍼 VR tv’,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등 세 가지다.
12일부터 도입되는 AI 큐레이션은 1개의 IPTV에 최대 4개 계정을 따로 설정할 수 있다. 계정별로 각자의 시청 이력을 분석해 주문형비디오(VOD)는 물론이고 실시간 채널도 맞춤형으로 추천해준다. 사용자 입장에선 글로벌 OTT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기존 IPTV의 큐레이션은 전체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VOD 시청 이력만을 분석해 제공했다면, AI 큐레이션은 가입자 820만 명의 실시간 채널을 포함한 모든 시청 이력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홈쇼핑과 광고 시청 이력도 분석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리모컨으로 자신의 계정을 선택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음성인식으로 사용자를 구별하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슈퍼 VR tv는 IPTV를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기(고글처럼 눈에 쓰는 기기)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혼자만 이용할 수 있는, 완전한 개인용 TV인 셈이다. 180인치의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VR를 통해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폰과 다르다.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4’는 57×89×23mm의 크기에 인터넷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돼 이사나 구조변경이 잦은 1인 가구 등이 사용하기 편리하다.
KT는 이와 함께 콘텐츠 자체 제작과 전용(오리지널) 콘텐츠 유통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OTT 기업들의 행보와 유사하다. 송 본부장은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OTT인지 IPTV인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최적의 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고품질의 IPTV 방송을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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