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음악은 무대 위에서 강한 힘으로 저를 이끕니다. 저는 그저 그 안에 잠기고, 그 음악을 표현해 내기보다는 그 음악이 저를 통해서 노래합니다.”
지난해 경희대 음대 교수가 된 피아니스트 김태형(34)이 11월을 슈베르트로 수놓는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의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에서 7, 14, 28일 세 차례 ‘김태형, 슈베르트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른다. 28일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베이스 장세종과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협연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11월이야말로 슈베르트를 듣기 가장 적절한 계절”이라고 말했다.
김태형은 2015년 ‘위대한 예술가의 편지―슈베르트, 고독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연기와 낭독을 곁들인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험은 생생하고도 즐거웠다. 하지만 4년 전에 비한다면 지금은 슈베르트가 나를 통해 노래하는 순간을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7일 연주곡은 소나타 13번 A장조와 ‘악흥의 순간’ D 780 등. 14일에는 즉흥곡 D 935와 ‘방랑자 환상곡’에 이어 리스트가 피아노 솔로용으로 편곡한 슈베르트 가곡들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 가곡집 ‘겨울 나그네’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는 셈이다.
김태형은 “슈베르트 가곡에서 피아니스트의 역할은 짧은 몇 마디 전주만으로 곡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는, 지독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악가가 단어의 의미를 노래한다면, 피아니스트는 그 단어를 더욱 의미 있게, 아픈 데서는 더 아리고 슬픈 화음으로 표현해줘야 합니다. 정말 예민해야만 하죠.”
그는 “만약 내가 작곡을 했다면 쓰고 싶었을 것 같은 작품들이 슈베르트 곡들이다.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3중주단 ‘트리오 가온’ 활동도 펼치고 있다. 12월에는 독일에서 네 차례의 트리오 가온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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