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주도 아람코 상장 승인… 2조달러 조달해 개혁자금 쓸 계획
2년전 부정부패 빌미 부호들 감금… 이번 강제투자 압박도 비판 여론
3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영 석유사 겸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사우디 부호가 정부로부터 “아람코 상장에 투자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AFP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사진)는 1조5000억∼2조 달러(약 1739조∼2319조 원)로 예상되는 아람코의 상장을 통해 ‘탈(脫)석유’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개편에 쓰일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국 부호들은 아람코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IPO 열기가 예상보다 뜨겁지 않을 때 정부는 부호들에게 그 공백을 메우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 주식시장의 벤치마크인 타다울 지수는 10월 한 달간 약 4% 하락했다. 부호들이 아람코 주식을 살 돈을 마련하려고 보유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7년 6월 왕위 계승자에 올랐다. 5개월 뒤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 방계 왕족과 대부호들은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수도 리야드 리츠칼턴호텔에 감금됐다. 이들 대부분은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하고 상당한 돈을 낸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아람코 강제 투자를 압박한다면 산업구조 재편 및 현대화라는 상장의 원래 목표가 흐려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는 3일 발표 때도 구체적인 IPO 일정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세계 투자은행(IB)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 구입을 위해 은행 대출 규정을 완화해주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고 있다. 소액 투자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주고 투자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지정학 및 에너지 전문가로 ‘사우디 주식회사’란 책을 쓴 미국의 엘런 월드는 AFP에 “소액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 아람코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꼬집었다. 한편 사우디가 아람코 IPO 작업에 속도를 내는 데는 내년 유가 하락 전망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4일 내년부터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등의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유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