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제는 민주주의와 더불어 인류가 발명한 제도 중 으뜸으로 꼽힙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관료제의 이론을 정립했다면,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79·사진)는 관료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번역·출간된 리처의 저서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맥도널드 그리고 맥도널드화·1993년)는 관료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통합니다. 리처가 만들어 낸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라는 용어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특징으로 하는 맥도널드의 관료제 조직문화가 현대 사회에 보편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맥도널드에는 3대 규칙이 있습니다. △30초 안에 음식을 주문하게 하라 △5분 안에 음식이 나오게 하라 △15분 안에 먹고 나가게 하라. 맥도널드 매장에 있는 예쁜 의자도 오래 앉아 있기엔 불편하게 디자인돼 있습니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으로 손님들이 빨리 먹고 나갈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철저히 계산된 영업 전략입니다. 맥도널드화의 특징은 효율성, 예측 가능성, 계산 가능성, 통제 가능성입니다. 속도와 효율을 우선하는 관료제 시스템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지요.
리처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맥도널드화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관료제의 역기능에 주목했습니다. 수단에 집착해 조직의 목적을 소홀히 하거나 인간을 조직의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인간소외 현상 등의 불합리성을 날카롭게 꼬집었습니다. 합리성의 극단에서 불합리성을 직시한 그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오늘날 맥도널드의 관료제 시스템은 조금씩 한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획일화와 효율에 집착하는 맥도널드 방식은 속도보다는 여유와 개성을 추구하는 일부 현대인의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최근 청년들은 고급 커피 브랜드인 ‘블루 보틀’ 한 잔을 사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은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2016년 맥도널드에서 덜 익은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판매해 질병이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듬해 7월 피해자들의 고소 이후 지난해 1월 검찰은 맥도널드 임직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맥도널드 고기 패티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소명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맥도널드 측은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패티가 덜 익는 ‘언더쿡’ 현상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 후 내부자 고발 등 새로운 증언과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은 재수사를 결정했습니다. 원고 법률대리인은 1월 한국맥도날드와 이곳에 햄버거 패티를 전량 공급하는 ‘맥키코리아’가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알고도 은폐한 채 판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들을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번 수사를 통해 3년간 이어진 햄버거 논란이 종결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진실의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맥도널드화’에 이미 위험 요소가 싹트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충분히 긴 시간 인내를 갖고 존중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의 삶은 결코 패스트푸드와 같이 취급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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