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계 투톱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가 반등을 모색하기 위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효율성이 떨어진 제조 공장은 정리하는 대신 한발 빠른 쇄신 인사와 조직 개편, 시장 맞춤형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의 반등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5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전시관을 내고 첨단 친환경차를 다수 선보였다고 밝혔다. 중국 수입박람회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번 전시회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단독 전시관을 각각 마련했다. 총 규모는 1450m²(약 440평)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박람회에 참여한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넓은 전시관을 마련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는 전기차 기반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사전 제작 차량)인 ‘퓨처론’을 세계 최초로 중국 수입박람회에서 공개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고 첨단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45’를 전시했고 제네시스는 3월 미국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민트’를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자리에 ‘해외 전략통’인 이광국 사장(56)을 승진 임명하고 폭스바겐 출신 스펜 파투쉬카 씨(48)를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이 올해 9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드는 등 부진이 이어지자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스마트폰에 밀려 점유율이 0%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중국 조직을 정비하며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4일 중국 내 무선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회를 열어 11개 지역본부와 사무소를 5개 대구(大區)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소매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유통망 현지화 전략도 내년 1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후 고급 스마트폰을 연달아 출시하며 지난달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 기세를 중국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을 포기하면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1위 전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발 빠르게 개편 전략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미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南京東路) 애플스토어 맞은편에 중국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현지 유통 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5G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있던 자체 스마트폰 제조 공장 가동을 지난달 중단하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효율화 작업에도 나선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ODM 비중은 지난해 3%에서 올해 8%까지 늘어나고 내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 언론은 조직 개편의 여파로 인원 감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중국 시장에서 인위적인 감원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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