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등 제작한 김웅 대표… 음악 경연무대 오른 근수 보고
힙합의 매력에 빠져 먼저 연락… 최근 제작사 세우고 전폭 지원
중3 때 힙합에 빠졌다. 같은 반 친구가 듣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세상 멋졌다. 작사, 작곡, 프로듀스에 랩까지 한 사람이 한다니, 이건 멋 그 자체였다. 귀가 뒤 선언했다. “엄마, 저 음악 할래요.”
그때의 근수(본명 김근수·19)는 지금이란 미래를 알았을까. 지난해 엠넷 ‘고등래퍼 2’ 준결승까지 진출한 그가 최근 디지털 싱글 ‘돈’을 내놨다. 그를 전폭 지원하는 제작자의 이름을 보고 눈을 비볐다. ‘말달리자’로 유명한 밴드 크라잉넛의 오랜 매니저, 한국 인디 음악계의 터줏대감. 바로 김웅 씨(47)다. 서울 홍익대 앞 역사는 손금처럼 알지만 자칭 ‘힙알못(힙합을 알지 못하는 사람) 아재’라는 그가 어떻게 근수의 손을 잡은 걸까.
“래퍼와 일하는 건 난생처음이죠. 요즘 근수 데리고 TV 가요 프로그램 출연으로 방송국을 다니는데, 아이돌 가수처럼 활동하다 보니 조금 얼떨떨하긴 해요.”(김웅)
서울 마포구 망원로의 스튜디오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근수와 김 씨는 사이좋은 부자지간 같았다.
“마침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김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그저 감사한 마음에 덥석 계약서를 썼죠. 어떤 분인지는 솔직히 잘 몰랐어요.”(근수)
김 씨는 1995년 음악 판에 뛰어들었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피터팬컴플렉스, 델리스파이스, 락타이거즈…. 홍대 앞 좀 달군다 하는 밴드들은 그의 손을 거쳤다. 매니지먼트, 홍보, 제작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회심으로 제작한 밴드 ‘모브닝’의 멤버들이 올해 초 입대한 뒤 다소 허탈했던 김 씨는 4월 한 신인 음악가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우연히 근수를 봤다. 발견이었다.
“경연자들이 근수 빼고 전부 밴드였는데 근수만 보였어요. 랩이지만 멜로디가 너무 좋아 그냥 대중음악이더라고요. ‘저 친구, 정말 탐난다’, 주변에 말하고 다녔죠.”(김웅)
‘고등래퍼 2’에 출연할 때부터 ‘훅(hook·후렴구) 장인’이라 불린 근수의 특출한 작곡 감각은 아빠뻘 황소고집 김 씨의 25년 제작 패턴까지 바꿔버렸다.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그동안 타이틀곡은 전부 다 제가 우겨서 정했어요. 근데 요즘 근수의 멜로디에 설득당하는 자신을 보며 놀라요.”(김웅)
근수는 “(미국 래퍼) 포스트 멀론, 카녜이 웨스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김 씨는 요즘 근수의 음악을 따라가려고 고교 1년생 아들의 음원 재생 목록을 훔쳐보기 바쁘다. 아들에게 “힙알못”이란 잔소리를 들으면서….
‘난 돈이 너무 좋아, 전부 쓰고 싶어 몽땅….’
한번 들으면 고막에 그대로 주저앉는 동요 같은 멜로디, 1도-6도-4도-5도의 단순한 코드진행. 근수의 신곡 ‘돈’은 뼈대만 보면 김 씨가 잘 아는 펑크 록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씨는 올해 DRD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DRD는 ‘멋진 꿈을 그리다(Draw remarkable dream)’의 약자. 김 씨는 “그냥 ‘들이대’로 읽어줘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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