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상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꾸는 다문화가족과 이들을 돕는 사람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 9회째를 맞은 이날 시상식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자유한국당 송희경,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과 여성가족부 김희경 차관,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정 의원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 이주민이 인권을 누리며 잘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주민 인권을 강조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모두 귀중한 국민”이라며 공존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김 의원은 “문화와 언어 차이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는 틀리지 않고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강화된 이주여성 인권대책을 이달 발표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다문화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 등 어엿한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정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니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등에서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 대상 받은 베트남 출신 박성아 씨… 세 아이와 남편 손잡고 “행복해요∼” ▼
다문화 가족 부문
“아이들도 같이 나가요.” 가족 부문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박성아 씨(32·여)는 세 아이 손을 잡고 남편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왔다. 상을 받는 엄마와 아빠 주변을 네 살 막내아들이 빙글빙글 뛰어다녀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씨는 상기된 얼굴로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8년 결혼해 베트남에서 남편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온 박 씨는 처음 맞은 겨울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추운 날씨에 말이 통하지 않아 집에만 있어야 했던…. 지독한 외로움을 이기려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자녀들은 새로운 꿈을 꾸는 원동력이 됐다.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현재 익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지원사로 근무 중이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다문화가족 중 60%가 10년 이상 거주했다. 2015년보다 12.7%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다문화가족은 단순한 사회구성원을 넘어 각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나스 준꼬 씨(54·여)는 ‘(경기) 양평 원더우먼’으로 불린다. 일본어 강사로 일하면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남편과 아이 4명의 대가족을 이끈다. 한국에 온 지 23년째지만 여전히 일본 사투리 말투가 배어 있다. 나스 씨는 “처음에는 한국말 배우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2개 언어를 자유롭게 쓰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다문화라는 말로 구분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윤유진 씨(30·여)는 경북 영양군에서 두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실에서 베트남 문화수업을 진행한다. 윤 씨는 “나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게 아니라 주변에 베트남을 알리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제는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특징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시 베트남에서 온 이윤희 씨(29·여) 부부는 경북 김천시에서 소문난 잉꼬부부다. 함께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이들은 주민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이주노동자 방송부터 의료봉사까지 “달라도 다함께!” ▼
다문화 공헌 부문
“이주민은 신기한 게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존재입니다.”
공헌 부문 개인상 수상자 3인 중 한 명인 이마붑 씨(48·방글라데시 출신)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씨는 1999년 한국에 와서 일하며 목격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영상으로 알리려고 2004년 이주노동자 방송을 만들었다. 2009년에는 이주노동자와 한국 고교생의 우정을 다룬 상업영화 ‘반두비’의 시나리오 작업을 도왔고 출연까지 했다. 현재 M&M인터내셔널 대표로 다문화가족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를 수입, 배급하고 있다.
경기 여주여중 교사 채용기 씨(48)는 10년간 다문화 학생들에게 축구, 가야금 등 예체능 활동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도록 도왔다. 2010년 배드민턴으로 한국 학생들과의 장벽을 허물도록 도와준 중국 출신 제자 배하이 양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대경 씨(64·여)는 다문화라는 말조차 낯설던 2005년부터 부산 국제진료소에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했다. 2011년에는 부산 최초 다문화학교인 부산다문화국제학교를 세웠다. 14년째 꾸준하게 다문화가족을 위해 헌신한 것이다.
단체상을 받은 부산 해운대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센터를 찾아오기 어려운 결혼이주자나 그 자녀들을 직접 찾는 방문교육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질 좋은 프로그램들 덕분에 2011년 302명이던 회원은 올 9월 기준 4464명으로 늘었다.
단체 특별상은 도로교통공단 경북 문경운전면허시험장에 돌아갔다. 2013년부터 결혼이주여성에게 ‘찾아가는 운전면허 학과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댄스스포츠-올림픽 국가대표 꿈꾸는 소녀들 ▼
다문화 청소년 부문
청소년 부문은 국가대표를 꿈꾸는 소녀들에게 돌아갔다.
몽골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문장미 양(전남 여수문수중·14)은 각종 댄스스포츠 대회 1위를 휩쓸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댄스스포츠 학원으로 달려가는 문 양의 꿈은 세계 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이다. 물론 몽골을 대표한다는 마음도 있다. “상을 기대하지 않아서 더 기뻤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독려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니어 근대3종 경기 선수인 이한빈 양(전북체육중·13)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수영과 사격, 육상 훈련을 한다. 학교에서 기숙하느라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볼 뿐이지만 훈련을 게을리한 적은 없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딴 메달만 4개다.
“오늘 유일하게 새벽 훈련이 없어 늦잠을 잘 수 있었는데 시상식에 오느라 평소처럼 5시에 일어나야 했다”며 너스레를 떤 이 양은 “한국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이 늘면서 다문화 청소년도 늘고 있다. 통계청 ‘2018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아 비율은 5.5%로 역대 최고였다. 2008년에는 2.9%였다. 여성가족부 노현서 다문화가족과장은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문화 청소년의 이중언어 역량을 제고하고 부모 교육 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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