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돌아다보면/울컥, 목이 매이더라/잎이 지는 해질녘/귀로(歸路)에서는/앉을자리가 마땅치 않아/늘 서성거리는/서투른 서투른 나그네.”(시 ‘내 그림자는’에서)
내년 원적 10주기를 맞는 ‘무소유’ 법정 스님(1932∼2010)의 미출간 원고를 모은 추모집이 세상에 나왔다.
불교신문사는 7일 “큰 스승 법정 스님이 1963∼77년 불교신문에 게재했으나 책으로 엮지 않은 원고 68편을 모아 10주기 추모집 ‘낡은 옷을 벗어라’(사진)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교신문 주필과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던 스님은 ‘소소산인’ ‘청안’ 등 다양한 필명으로 글을 썼다.
책에 실린 68편은 다양한 글들이 섞여 있다. 60년대 쓴 원고에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설화 형태의 글 13편과 시 12편이 포함돼 있다. 이후 글들은 불교의 발전을 염원하는 다양한 칼럼과 서평 등 산문이 많다. 불교신문사는 “‘낡은 옷을…’은 원고를 11개 분야로 정리해 스님의 문학성과 사상적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기회”라 했다.
이번 추모집은 법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출간하지 않으려다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 및 계승하는 차원에서 내놓기로 했다. 불교신문 사장인 정호 스님은 “법정 스님이 1993년 발족한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승인과 협조를 얻었다”며 “수익금은 불교 포교와 장학기금으로 쓸 것”이라고 전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법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고요 속에 여물어 가도록 해야겠습니다.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산문 ‘볼륨을 낮춥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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