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로 사용량 급증… 3년내 폐배터리 대량 발생 전망
재사용-재활용 두고 산업계 고민
올해 노벨화학상은 휴대전화와 랩톱 컴퓨터, 전기차 탄생의 일등공신인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스탠리 휘팅엄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일본 아사히가세이 명예연구원 겸 메이조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요시노 교수가 1985년 세계 첫 상용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든 지 30여 년 만에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으면서 이들의 성과가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7년 120만 대에서 올해 200만 대까지 늘고, 2025년 10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도 2014년 1000대를 넘겼고 2018년 약 3만 대가 팔리면서 내년에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의 수명은 제조사 규격과 사용 조건에 따라 수명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전후로 알려져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용량이 초기에 비해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져 전기차가 제대로 성능을 내기 어렵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 휴대전화도 2년가량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3, 4년 내에 전기차에 사용됐던 대용량 폐배터리가 대량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7일 리뷰 논문을 통해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배터리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2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모델S’를 내놓은 지 10년이 되는 3, 4년 내에 폐리튬이온배터리 처리 방안을 놓고 과학자들과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 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전기차에서 나온 폐리튬이온배터리가 국내에서만 약 8만 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명이 다해 성능이 떨어진 리튬이온배터리 처리 방법은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재사용은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를 해체하거나 분해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장치에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전기차에 비해 비교적 전기에너지 출력 요구치가 낮은 장치에 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완전 분해하고 전지에 사용된 고분자나 플라스틱, 금속 등 값비싼 소재를 추출해 다시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알려진 방법은 일부 수작업으로 직접 전지 팩과 셀까지 잘라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금속류 소재들은 고열을 이용해 잉곳(주괴·금속을 한 번 녹인 다음 굳힌 것)으로 추출한다.
폐배터리에서는 양극재와 집전체로 쓰이는 값비싼 리튬과 니켈, 코발트를 뽑아낼 수 있다. 이들은 고열 처리와 산(酸) 처리를 통해 고순도의 금속으로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네이처에 리뷰 논문을 낸 개빈 하퍼 영국 버밍엄대 교수는 “배터리 팩 분리와 해체, 절단 과정에서 감전과 폭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금속을 산 처리할 때 독성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남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은 “다양한 제조사들이 만든 배터리 팩과 모듈, 셀의 규격화가 필요하고 이를 해체 및 분리할 수 있는 자동화 공정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라고 해도 재활용 공정을 통해 값비싼 소재들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배터리 생산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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