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통합수지도 4년만에 적자 우려
기업실적 악화로 세수 주는데 복지 등 정부지출 대폭 증가 탓
정부 “근로장려금 등 일시적 현상”
1∼9월 재정수지 적자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와 경기부양에 나랏돈을 대거 풀고 있지만 불황으로 세금은 잘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지출 구조조정과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세수 기반 확대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6조5000억 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는 국세 수입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고용보험기금 등 미래를 위해 쌓아두는 사회보장성 기금까지 합친 것이어서 대체로 흑자를 보인다. 1∼9월 기준으로 2005년, 2006년, 2013∼2015년에도 적자를 보인 적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 통합재정수지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실질적인 나라가계부의 건전성 정도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월 말 현재 57조 원 적자로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이다.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것은 세금으로 국고에 들어오는 돈보다 정부가 쓰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며 법인세 중간예납이 줄고 소득세는 덜 걷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을 떠받치는 지출과 복지 지출을 늘리면서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
올 1∼9월 국세 수입은 228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조6000억 원 줄었다. 소득세, 교통세, 관세 수입이 크게 줄었다. 법인세는 1∼9월 기준 전년 대비 6000억 원 늘었지만 9월 한 달만 보면 지난해보다 7000억 원 덜 걷혔다.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 목표치 대비 실적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9월 기준 77.4%로 지난해 같은 기간(79.6%)보다 낮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세수가 2015년 이후 4년 만에 목표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재정수지 악화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등 세금을 깎아주는 형태의 복지정책이 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조8000억 원이었던 근로·자녀장려금은 올해 5조 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4분기(10∼12월) 세수가 늘어나면 재정수지가 당초 목표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10월과 11월에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가 들어오고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걷히면 연말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1조 원 정도 흑자가 되고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 원가량 적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예산을 다 쓰지 못해 불용처리되는 돈이 적지 않아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세와 불용액 증가 등은 세금 부과 기준 변경과 재정 집행도에 따른 것으로 경기 개선과는 무관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게 없는데 세금이 지속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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