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죽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이번엔 민물 어장 생태계 파괴
日호수 어획량 10분의 1로 급감
국내에서 ‘친환경’ 살충제로 널리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가 호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이미 꿀벌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돼 유럽에선 사용이 금지됐다. 이번에 수생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에 대한 영향 평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마무로 마스미 일본 산업기술연합연구소(AIST) 지질조사연구센터 연구원 팀은 일본 시마네현 신지 호수의 민물 어장 생태계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로 붕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달 1일 발표했다. 신지 호수는 여의도 면적의 27배 크기로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호수다. 해안가 인근에 있어 바닷물이 유입되며 담수가 섞여 있는 염수호다. 수생 생물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해 여기서 나는 맛있는 민물고기를 뜻하는 ‘7미(味)’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호수는 최근 수년 새 어획량이 급감하며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인으로 지목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1980년대 개발된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다. 뛰어난 약효와 함께 낮은 인체 독성을 가져 ‘친환경’ 살충제라는 인식과 함께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미국의 화학회사 시그마올드리치에 따르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는 전 세계 살충제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섰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선 1992년 처음 도입된 이후 최근까지도 널리 쓰여 왔다.
연구팀은 1981년부터 2016까지 신지 호수 주변 논에 살포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의 양과 호수의 동물성 플랑크톤 생물량 및 어획량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살충제의 도입과 함께 신지 호수 생태계가 붕괴해 물고기 씨가 말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직후인 1993년 봄 신지 호수의 동물성 플랑크톤 생물량은 8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어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장수깔때기 유충과 갯지렁이들도 자취를 감췄다. 먹이사슬을 타고 영향은 확산됐다. 신지 호수의 주요 어종이자 ‘7미’ 중 하나인 빙어 어획량은 1993년 240t에서 이듬해 22t으로, 장어 어획량은 120t에서 50t 이하로 줄었다.
동물성 플랑크톤의 급격한 감소는 호수로 유입되는 영양분의 감소나 염분과 산소 농도의 변화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 기간 동안 이런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생태계 붕괴가 곳곳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마무로 연구원은 “비슷한 시기 일본의 다른 호수에서도 어류 생산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살충제 사용에 따른 먹이사슬의 붕괴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이미 꿀벌 무리의 붕괴를 부른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날갯짓을 둔화시켜 꽃가루 채집량을 줄일 뿐 아니라 기억력 감퇴, 정액 질 저하 등 꿀벌의 활동과 번식에 여러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다. 유럽연합(EU)은 올 4월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반면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기존 등록된 제품 외에 신규 제품의 등록을 중단하고 꿀벌 위험성에 대한 안내를 약 포장에 표기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선 꿀벌 집단의 이유 없는 죽음이 잇따르고 있고 이미 생태계 붕괴 수준까지 왔다는 심각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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