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귀순했다는 북한 주민 2명을 북송한 과정은 의문투성이다. 작은 목선의 좁은 공간에서 2명이 16명을 제압해 살해한 상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데도 5일 만에 조사를 끝내고 2명을 북송해 버렸다. 목선도 증거 보전에 어긋나게 소독한 뒤 북한에 인계했다.
이번 사건은 공동경비구역(JSA)의 한 중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알리는 문자가 사진기자에게 우연히 찍혀 세상에 알려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보고 사실을 몰랐다. 북한에서 육상이나 해상으로 사람이 내려오는 경우에는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 처리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번 북송은 국민에게만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JSA 중령에게 지시했다. 북송 결정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자체 의견을 내지 못하는 사이 국가안보실이 직권으로 내렸다. 청와대가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북송 사건이 이것뿐이겠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 목선에서의 살해 과정에 대해 누가 어떻게 조사했는지, 정부의 조사 과정 자체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올 6월에는 북한 선박이 동해 삼척항 민간 항구에 정박하고 스스로 정박 사실을 알렸는데도 국방부는 선박이 표류하다 발견됐다고 거짓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경솔한 브리핑으로 몰아갔으나 거짓 발표를 한 국방부의 첫 브리핑 장소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사전에 공모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국회에서 국정조사 요구가 나왔으나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청와대로부터 독립한 기구에 의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범죄 후 도주의 목적이 있다고 봐서 순수한 귀순 의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의 도피성 귀순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문제가 된 흉악범죄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자의에 반해 북한의 사법 절차에 맡겨 버리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었는데도 무엇이 급해 북송을 서둘렀는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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