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이어 성폭행설… 긴장 높아지는 홍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1일 03시 00분


16세 소녀 “경찰 성폭행뒤 낙태”… 격분한 시민들 “경찰 못믿겠다”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 中국무원 “급진세력 힘 커져”
강경책 내놓을 가능성 시사

홍콩 시민들이 시위 도중 건물에서 추락해 8일 사망한 홍콩과학기술대 학생 차우츠록(周梓樂·22) 씨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16세 소녀가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두고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6월 9일 시작돼 5개월을 넘어선 시위는 진정될 기미 없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9일 밤 홍콩 도심인 센트럴에 위치한 타마르 공원에서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의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반중 시위 이후 첫 사망자인 차우 씨를 애도하는 촛불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센트럴을 포함해 홍콩 시내 최소 9곳에서 촛불시위가 열렸다. 검은색 마스크와 검은 옷 차림의 시민들은 차우 씨 영정 앞에 국화와 백합꽃을 두며 추모했다. 차우 씨가 추락한 주차장 3층 담벼락 앞에도 촛불과 꽃이 놓이고 애도 메시지가 붙었다. 시민들은 경찰을 믿지 않는다며 차우 씨의 죽음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10일에도 시내 기습 시위를 이어갔다. 코즈웨이베이, 샤틴, 투엔문 등에서 시위대는 쇼핑몰 등 공공시설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 여파로 일부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11일 총파업과 수업 거부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돌았다. 9일 투엔문 지역 촛불시위 상황을 촬영하던 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바퀴벌레’라 부르며 “(차우 씨의 사망에 대해) 샴페인을 열고 축하할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청은 10일 “해당 발언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해당 경찰에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위에 참여한 16세 소녀가 9월 27일 홍콩 췬완 경찰에 감금돼 4명의 경찰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콩 밍(明)보는 경찰이 지난달 22일 소녀의 변호사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소녀의 주장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인권단체들은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보안법 제정 등 중국의 강경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장샤오밍(張曉明) 주임은 9일 발표한 장문의 글에서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급진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외국의 간섭에 맞서 국가 안보를 지킬 강력한 법규를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홍콩 정부와 홍콩인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홍콩 시위#추락사#성폭행설#홍콩 경찰#급진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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