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해고당하다[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1일 03시 00분


뉴욕포스트 1면에 실린 K9 ‘코넌’. 사진 출처 뉴욕포스트
뉴욕포스트 1면에 실린 K9 ‘코넌’. 사진 출처 뉴욕포스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는 백악관에는 개(dog)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들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퍼스트 도그(first dog)’를 키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를 키우지 않는 것은 이런 훈훈한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국민에게 친밀히 다가가기보다 거리를 유지하면서 권위를 지키고 싶어 하니까요.

△“He died like a dog.”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작전으로 사망한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대해 한 말입니다. 그는 정적이나 경쟁자를 공격할 때 ‘like a dog(개처럼)’이라고 자주 말하는데요. 2020년 대통령선거 도전을 포기한 베토 오루크 민주당 후보에게는 “개처럼 포기했다”, 자신에게 쓴소리를 자주 하는 밋 롬니 상원의원에게는 “개처럼 떠든다”고 합니다. 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을 비방할 때 “like a dog”라고 하는지는 미국인들도 잘 모릅니다. 영어에는 비방과 관련해 이런 표현이 없거든요. 추측하건대 개를 인간을 졸졸 따르며 비위를 맞추는 비굴한 존재로 보는 듯합니다.

△Zero Bark Thirty


알 바그다디 진압 작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군견 ‘코넌’의 인기가 높습니다. 뉴욕포스트는 1면에 대문짝만 한 코넌의 사진과 함께 ‘제로 바크 서티’라는 헤드라인을 올렸습니다. 영화 제목 ‘Zero Dark Thirty’(2012년)를 한 번 비튼 것이지요. ‘제로 다크 서티’는 밤 12시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을 말합니다.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개시 타임을 이르는 것이죠. ‘제로 바크 서티’는 작전 용어는 아니고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 그냥 재치 있게 만든 말입니다.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작전 개시’라고 하면 될까요.

△According to the Chinese Zodiac, he was born in the year of the dog.


12개로 이뤄진 띠 체계를 ‘Chinese Zodiac’이라고 합니다.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개띠에 해당합니다. 개띠 대통령이 개를 싫어하는 거네요. 물론 원숭이띠라고 원숭이를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부인이던 이바나 여사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개를 발로 차고 약을 올려 으르렁거리게 만드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악취미입니까.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알 바그다디#군견 코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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