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 통신3社 중심 재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이통사, 케이블TV 인수합병

인터넷TV(IPTV)를 운영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주요 케이블TV 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국경이 사라지는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수억 명에 이르는 글로벌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이미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경이 사라진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할 투자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규모를 키우는 게 첫 번째 수순”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승인 등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부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 3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 3년 전 불허했던 공정위 “시장 상황 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KT 독주로 1강-4중 체제를 형성했던 유료방송 시장은 3강 체제로 재편된다. CJ헬로를 삼킨 LG유플러스가 점유율 합계 24.54%로 1위 KT(31.07%)와 6%포인트 이내의 격차로 2위로 올라선다. 기존 2위였던 SK텔레콤은 23.92%로 그 뒤를 바짝 쫓는다. 세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79.53%에 이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인수합병 완료 후의 사업 재편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와 과기정통부의 최종 승인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래 구상을 밝히는 것이 자칫 시장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자 기반을 확보한 IPTV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에 대항하기 위해 자금력을 투입해 대형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를 불허했던 공정위도 시청자가 OTT로 대거 옮겨가는 등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업체 간의 합종연횡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를 불허했던 공정위는 이번에 당초 예상됐던 교차판매(인수·피인수 기업의 영업망을 함께 쓰는 방식) 금지나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유료방송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이 기술과 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인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 3강 서비스 경쟁 더 뜨거워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 측면과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가입자를 단번에 배로 늘린 통신사들이 콘텐츠, 서비스 경쟁을 벌이며 유료방송 산업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 프로듀서 등을 싹쓸이해 가는 넷플릭스 등에 대항해 한국 콘텐츠 산업을 지킬 가능성이 생겼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케이블TV 위축으로 소비자의 ‘플랫폼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3강 체제로 재편된 뒤에는 이동통신사들의 영업 관행처럼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가입자를 ‘로크인(묶어두기)’ 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AT&T의 디렉TV(2015년) 타임워너(2016년) 인수, 디즈니의 폭스 인수(2017년) 등 미디어 기업 간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업계 재편이 이미 진행 중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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