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겨울왕국 등 세계적 히트작을 선보인 96년 역사의 미국 콘텐츠기업 디즈니가 12일(현지 시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한다. 넷플릭스 등이 선점한 스트리밍 산업에 ‘엔터 공룡’ 디즈니까지 가세함에 따라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이 1980년대 케이블TV 등장 이후 약 40년 만에 최대 격변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디즈니플러스의 데뷔는 ‘토르의 마법망치’를 내려친 것과 같다. 모든 것을 바꾸는 지각변동”이라고 예상했다.
○ “혁신 없으면 죽는다” 디즈니의 반격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마블,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인기 콘텐츠를 한 달에 6.99달러(약 8150원)를 받고 온라인에서 무제한 골라 볼 수 있게 해준다. 스타워즈 시리즈, 심슨 가족, 겨울왕국 등 세계적 히트작이 포함돼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 선발 주자와 겨룰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역대 흥행 상위 영화 100편 중 47편이 디즈니 및 디즈니가 인수한 폭스가 소유하고 있다. NYT는 디즈니플러스가 향후 7주 안에 최소 800만 명, 5년 내에 7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OTT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가입과 탈퇴를 할 수 있고 원하는 콘텐츠를 디지털로 언제든지 골라 볼 수 있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이탈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케이블TV 해지)’ 현상이 발생했고 어린이 채널의 시청률이 떨어졌다.
디즈니도 이런 환경 변화에서 사업의 무게중심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서전 ‘인생의 굴곡(The Ride of a Lifetime)’에 이런 결단을 한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혁신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장(章)에서 기존 사업의 파괴를 통해 디지털로의 변신을 서둘렀다고 강조했다.
미국영화협회(MPAA)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수는 6억1330만 명. 유료 케이블TV 가입자(5억5600만 명)를 최초로 앞질렀다. 1981년 케이블방송 MTV가 등장하며 기존의 지상파TV를 위협한 지 37년 만에 케이블TV 또한 다른 후발주자에 추월당한 셈이다. 리서치 회사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말 케이블TV를 해지한 미국인의 수만 4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OTT 경쟁 격화
다양한 도전자들이 등장하면서 내년 OTT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애플은 1일 월 4.99달러의 ‘애플TV플러스’를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선보였다. 타임워너(현 워너미디어)를 인수한 거대 통신사 AT&T도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HBO 맥스’를 내년 5월부터 월 15달러에 제공한다. NBC유니버셜을 보유한 컴캐스트는 내년 4월 OTT 서비스 ‘피콕’을 선보인다.
유튜브도 단순 플랫폼 제공을 넘어 유아·아동 분야를 시작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튜브는 9월 “향후 3년간 1억 달러(약 1160억 원)를 투자해 유튜브와 유튜브 키즈의 어린이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지난 18개월간 미디어업계에서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다만 당분간은 케이블TV와 OTT가 공존하는 과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직접 골라 봐야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번거로워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시장의 규모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지난해 세계 케이블TV 시장 규모는 약 1180억 달러로 OTT 시장보다 약 3배 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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