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마다 필수의료가 가능한 중소병원을 우수병원으로 지정하고 양질의 병원이 없는 거창권 영월권 진주권 등 9개 중진료권에는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지역마다 심혈관질환센터와 응급의료센터 등을 확충하고 응급 중증진료 등에는 포괄수가, 건강보험수가 등의 보상도 강화한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는 한국 보건의료계의 주요 과제로 지적돼 왔다. 우수한 의료자원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주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낮다. 중증질환에 걸리면 서울시민은 93%가 서울에서 진료를 받지만 경북민의 경우 23%만이 경북도에서 진료를 받을 정도다. 지방에서 살고 싶어도 병원이 없어 어렵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은 지방 거주자의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입원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서울보다 1.4배, 뇌혈관질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부산보다 1.5배 높다. 지역 간 의료격차로 살릴 수 있는 응급환자를 포기해야 하고 분만실 부족으로 원정분만을 다니는 현실이다. 이번 대책으로 지역 의료에 인재와 재정이 투입되고, 의료격차 완화가 지역 활성화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연구용역과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 외에는 예산 확보 방안, 일정 등은 추상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건보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추계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의료사각지대 해소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격의료가 의사들의 반대와 규제에 가로막혀 표류하는 현실을 보고 있다. 정교한 청사진 없이 구호성 대책만 내놓는 방식으로는 의료격차 해결은 요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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