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脫코드·대탕평 개각으로 임기 후반기 국정 쇄신 이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0시 00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놓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청와대가 공석인 법무부 장관 이외의 다른 부처 개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현역 의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법무부 장관 외의 개각은 예정하지 않고 있다던 청와대가 개각을 언급한 것은 조국 사태, 보수 통합 추진 등 달라진 정치지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총리의 경우 총선에서의 역할에 대한 요구와 기대 때문에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고려하면 개각 시기는 다음 달 중순에서 말쯤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잦은 개각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 실장 스스로도 일자리 정책의 체감 성과가 낮다고 인정했듯, 경제 외교 안보 부동산 일자리 등 전 분야에 걸쳐 국정 기조 쇄신의 필요성이 높다. 개각을 총선 출마자를 위한 빈자리 채우기가 아닌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를 냉철하게 점검하고, 과감하게 국정 기조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능과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청와대 참모진도 면모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의 첫 개각은 엄정한 검증과 통합·협치 개각이 되어야 한다. 능력에 기초한 탕평인사, 야권 인사 발탁도 과감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기 전반기 인사는 코드 인선과 부실 검증으로 얼룩져왔다. 특히 지난 3·8 개각은 장관 후보자 7명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되고, 이 중 2명이 낙마했다. 부실 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법무부 장관에 지명해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사스타일 때문에 내년 총선이 끝날 때까지 총리와 일부 장관직을 대행체제로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적임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인사 논란에 휘말리면 너무 큰 부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법무부 장관직을 제안 받은 인사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하지만 총선에 미칠 영향 때문에 장관직을 비워둔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정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각이 늦어지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인사만 쳐다보는 고위 공무원들도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전반기에 벌어진 인사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통합과 협치의 정신으로 내각을 일신해야 한다.
#청와대 개각#일자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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