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무역도시 리버풀, 빈집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제로 이코노미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
주력산업 쇠퇴속 구조개혁 실패… 일본식 불황-지방소멸 공포 번져

유동인구가 많은 리버풀 역 인근에도 상당수 가게가 문을 닫았다. 리버풀=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
유동인구가 많은 리버풀 역 인근에도 상당수 가게가 문을 닫았다. 리버풀=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
“주변에 병원이나 쇼핑센터를 보셨나요. 아무것도 없어요. 경기침체가 덮친 뒤 헤어날 수가 없어요. 정부도 10년 넘게 대안을 못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영국 리버풀의 도심에서 만난 회계사 케네스 베이컨 씨는 경제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한때 대표적 무역도시였던 리버풀은 지금은 영국 ‘5대 빈집 도시’로 전락했다. 경기 침체에 일자리마저 줄자,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며 빈집이 늘어난 것이다. 인구 감소를 보다 못한 리버풀시는 단돈 1파운드(약 1490원)에 빈집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고육책도 내놓았다. 이날 드물게 문 연 식당에선 런던에서 12파운드(약 1만7900원)짜리 조식 메뉴가 반값도 안 되는 5.6파운드(약 83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률, 물가, 금리가 제로(0)에 수렴하는 제로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저패니피케이션(일본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된 뒤 과감한 구조 개혁 없이 ‘돈 풀기’식 경기부양에만 매달리다 장기 침체를 자초했다. 그 전철을 다른 나라들도 밟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성장, 고령화에 취약한 지방 도시들이 무너지는 ‘지방 소멸’ 조짐이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 ‘굴뚝 1000개의 도시’로 불리던 프랑스의 산업도시 루베시는 대체 산업을 찾지 못해 쇠퇴하다 2014년 대표적 빈곤 도시(빈곤율 43%)가 됐다. 고성장권인 중국에서조차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 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 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제로 이코노미 시대#저패니피케이션#영국#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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