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켈리, 트럼프 권력약화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헤일리 前유엔대사 회고록서 폭로
“트럼프 놔두면 사람들 죽는다며 저항이 국익이라고 동참 회유
충격 받아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전 대사(47·사진)가 회고록을 통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두 사람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일에 동참하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12일 출간하는 회고록 ‘외람된 말씀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틸러슨 전 장관과 켈리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것이 국익에 최선”이라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놔두면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공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대통령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면 나를 설득하지 말고 대통령한테 직접 밝히라고 했다. 두 명의 행정부 핵심 인사가 대통령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9일 CBS 인터뷰에서도 “회유 시도는 헌법 위반”이라며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매우 위험하고 거슬리는 시도”라고 말했다.

틸러슨 전 장관과 켈리 전 실장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함께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으로 불렸다. 변덕이 심하고 좌충우돌하는 대통령을 자제시켜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과 충돌 끝에 경질됐다. 켈리 전 실장은 곧바로 “대통령이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조언을 한 것이 문제라면 이를 유죄라고 하라”고 반박했다.

헤일리 전 대사를 포함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료들이 잇따라 회고록을 출간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와 달리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내용 일색이다. 9월 해임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대형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와 계약을 맺었다.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볼턴 전 보좌관이 메모광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의 회고록이 탄핵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지난해 9월 자신을 ‘트럼프 행정부 안의 저항세력’이라고 지칭한 익명 기고로 큰 파장을 일으킨 필자가 19일 출간될 저서 ‘경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요양원에서 바지를 벗고 뛰어다니며 욕설을 퍼붓는 삼촌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트럼프#헤일리#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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