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헌한다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결과를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하자는 것은 개헌을 실질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 초청 만찬에서 개헌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지만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이해관계가 뒤섞이면서 문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개헌 카드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형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의 개헌 언급에 대해 “가장 민감한 권력 구조 개편은 차치하고서라도 현행 ‘87년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하다”며 “문 대통령 본인의 임기와 상관없이 다시 한 번 국회에서 진지하게 개헌을 논의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개헌안이 좌절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언젠가 국민께서 개헌의 동력을 다시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 일부는 이런 문 대통령의 뜻에 동의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개헌의 ‘골든타임’은 총선 이후 1년이다. 국회의원들의 에너지가 뭉칠 수 있는 것이 총선 후 1년”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는 2020년 5월 30일 시작되고, 차기 대선은 2022년 5월 9일인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인 내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가 개헌의 적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언급에도 국회에서 개헌 논의는 좀처럼 점화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개헌보다는 21대 총선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편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빠르면 27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각 당과 의원들에게 개헌은 먼 미래의 일이고, 선거제도는 생존이 달린 시급한 현안”이라며 “일단 21대 국회에 살아 돌아와야 개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까지 아직 5개월이 남은 만큼 언제든지 개헌 논의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어느 한 당이 개헌 논의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면 다른 당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개헌 이슈가 떠오르자 각 후보들이 앞다퉈 개헌 공약을 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개헌특위까지 마련되는 등 개헌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언제든 달아오를 수 있는 이슈라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 경제 심판론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여권이 정기국회가 끝난 뒤 개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개헌 언급에 “지금 개헌 이야기를 하는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도 여권의 이런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실질적으로 지금 개헌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개헌 문제를 꺼내든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정권 심판이 아닌 개헌 논의 선거로 이끌려는 저의가 있다고 판단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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