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로 간 라건아-이대성… KBL 지도가 바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모비스, 간판 2명 깜짝 트레이드… KCC서 윌리엄스 등 4명 받아
“리빌딩 위해 현재와 미래 바꿔”
KCC, 로드도 영입 우승후보로

“모두의 견제를 받는 우승 후보가 됐다.”(전창진 KCC 감독)

“리빌딩을 위해 현재와 미래를 바꿨다.”(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이번 시즌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초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다크호스’로 꼽혔던 KCC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고, 우승 후보로 예상됐던 디펜딩 챔피언 현대모비스는 미래를 위한 팀 리빌딩에 돌입했다.

현대모비스는 11일 “KCC에 라건아(30)와 이대성(29)을 내주고 리온 윌리엄스(33) 박지훈(30) 김국찬(23) 김세창(22)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11일 현재 득점 선두인 라건아(평균 23.4득점)와 슈터 이대성(평균 13.5득점)은 현대모비스의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다.

팀의 주축 쌍포를 한 번에 내주고 선수 4명을 받는 파격 트레이드는 현대모비스가 먼저 KCC에 제안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8시즌 동안 네 차례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이대성과 다음 시즌까지 우리 팀에서 뛸 수 있는 라건아를 보내고 김국찬(평균 8.1득점), 박지훈(평균 3득점) 등 젊은 포워드와 신인 가드 김세창 등을 영입해 세대교체를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비난 등 비신사적 행위로 물의를 빚은 라건아가 팀워크에 미치는 악영향, 이대성의 강한 개성 등이 트레이드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불화는 없다. 선수들도 트레이드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38) 등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변화가 필요했다. 라건아와 이대성에게 집중됐던 득점 루트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주전과 백업 선수의 격차를 줄여 새 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라)건아에게 미안하지만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KCC는 우승권 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성과 이정현(평균 15.5득점), 송교창(평균 16.4득점)으로 이뤄진 국내 선수 라인업은 10개 구단 최고 수준이 됐다. 여기에 라건아(199cm)와 번갈아 골밑을 지킬 새 외국인 선수로 찰스 로드(199cm)까지 영입했다. 한국 무대에서 8시즌을 뛰며 평균 17점을 기록한 로드는 2014∼2015시즌 KT에서 전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후 4년 8개월 만에 재회(정규리그 기준)한다. 전 감독은 “우리 팀은 가드와 외국인 선수 쪽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현대모비스 측에서 필요한 포지션의 트레이드 제안이 와 약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김국찬 등은 전 감독이 여름 훈련 내내 공을 들여 키운 선수들이다. 전 감독은 “좋은 감독님 밑에서 잘 배우라고 얘기해줬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트레이드”라고 말했다.

라건아가 있기 때문에 특별귀화선수 규정에 따라 한 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보유(외국인 선수 총 2명)할 수 있었던 현대모비스는 라건아의 백업 아이라 클라크를 더 이상 등록선수로 둘 수 없게 됐다. 클라크는 남은 시즌 동안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코치를 맡는다. KCC는 현재로서는 라건아의 백업 선수를 뽑지 않고 라건아와 외국인 선수 1명(로드)으로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3위 KCC는 12일 DB(4위)와 전주 안방경기를 치른다. 라건아와 이대성은 이 경기부터 KCC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10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라건아(24득점) 이대성(19득점)에게 43점을 허용하며 65-72로 패한 DB는 이틀 만에 KCC 유니폼을 입은 라건아와 이대성을 만난다. 이대성은 “트레이드를 상상해본 적이 없어 (현대모비스에) 서운한 감정도 있다. 하지만 프로선수인 만큼 (트레이드를) 비즈니스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조응형 기자
#프로농구#트레이드#kcc#현대모비스#라건아#이대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