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만난 수영 국가대표 정소은(23·서울시수영연맹)에게 ‘전공’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태환(자유형), 안세현(접영), 김서영(혼영) 등 주 종목이 있는 대부분의 수영 선수와 달리 정소은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전공이라고 하는 자유형 50m에서 올해 한국기록을 2차례나 작성한 정소은은 지난해 시작한 접영 50m 부문에서도 3일 한국기록을 세웠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50m’에서 두각을 나타낸 ‘단거리의 여왕’인 셈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유니폼 논란에 이은 대한수영연맹 감사 등 반갑지 않은 소식이 많았던 올해 수영계에서 정소은의 활약은 한 줄기 빛이었다. 각종 국내·국제대회에 부지런히 출전해 개인 3개, 단체 4개 종목 등 총 7개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1년에 한국기록 7개는 ‘마린 보이’ 박태환도 못 해본 일이다. 정소은은 “새가슴이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곤 했는데 경험이 쌓이며 배포도 커졌다. 이제는 어디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비결을 밝혔다.
축구 선수 출신의 아버지와 육상 선수를 한 어머니 밑에서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정소은은 10세 때 본격적으로 엘리트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종종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정소은은 2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2년 전 훈련 클럽을 옮기고 최일욱 선생님(서울시수영연맹 부회장)을 만난 뒤부터 기량이 늘었어요. 우승해도 무덤덤하게 더 높은 곳을 보라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세요.”
정소은은 6월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50m에서 25초19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한국기록을 갈아 치웠다. 3개월 뒤 중학생 김민주(15·대청중)가 25초24를 끊으며 바짝 추격했다. 조바심이 날 만한 상황이었지만 정소은은 지난달 전국체육대회에서 다시 한국기록(25초08)을 세우며 자신의 ‘영역 표시’를 확실히 했다. 정소은은 “(후배의 추격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 쌓인 것을 물에서 제대로 풀었다”며 당차게 말했다.
접영 50m 한국기록을 세울 때도 같은 대회에 출전한 당시 한국기록 보유자 안세현(24)과 바로 옆에서 레이스를 펼친 끝에 ‘거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때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수영을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아우르고 싶어 대학원(한국체대)에도 진학했다는 그는 “마흔 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전국체육대회에서 3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이보은 강원도청 감독(44)이 37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2032년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면 서른여섯 살이에요. 마흔을 목표로 관리를 열심히 하면 그때도 ‘쌩쌩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짧은 시간에 힘을 쏟아붓는 50m 종목은 한번 자세를 완성하면 오랜 기간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수영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야 기량을 꽃피우고 있는 정소은의 다짐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 정소은은… ::
△생년월일: 1996년 4월 5일 △키: 170cm △출신교: 유강초-유강중-경북체고-단국대-한국체대(대학원) △소속: 서울시수영연맹 △주 종목: 자유형 50m △올 시즌 한국기록: 제91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50m(25초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여자계영 400m(3분42초58), 혼계영 400m(4분3초38), 혼성계영 400m(3분31초20),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50m(25초08),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6차 접영 50m(26초26), 혼성혼계영 400m(3분47초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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