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를 봤다면 이 몽환적 멜로디가 유령처럼 귀에 맴돌 것이다. ‘겨울왕국 2’의 주요 역할, ‘그 목소리(The Voice)’를 연기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오로라(AURORA·본명 에우로라 악스네스·23)가 한국을 찾았다. 빙하, 만년설, 오로라, 트롤, 피오르…. 영화의 배경은 상당 부분, 그의 고국인 노르웨이를 모델로 했다.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오로라는 “노르웨이에 온 적이 있다면 ‘겨울왕국’이 그곳 풍광을 얼마나 잘 묘사했는지 알 거다. 산, 강, 바다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을 보며 고향에 온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콘서트를 위해 처음 내한한 오로라는 피오르로 유명한 노르웨이 서안에서 태어나 바이킹의 고도(古都) 베르겐에 산다. 2013년, 17세에 데뷔해 요정 같은 외모, 음색, 악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겨울왕국 2’ 제작진이 오로라를 섭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이 정도의 고음인데 소화가 가능하겠느냐며 e메일로 물어보시더라고요. 베르겐의 제 스튜디오에서 그 음을 녹음해 보내드렸죠.”
오로라는 “목소리가 주인공 엘사에게 주는 교훈, 즉 ‘너의 본능과 직감을 따라라’는 이전부터 내 좌우명이었다. 내 음악의 원천도 자연이 부르는 소리였기에 역할에 딱 맞았다”고 했다.
이제는 유명해진 멜로디, ‘솔♭-파-솔♭-미♭’는 영국 런던의 오래된 교회에서 녹음했다.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오렌지 빛, 푸른빛 햇살이 쏟아지는 걸 바라보며 노래했죠.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교회 벽을 울리는 자연스러운 메아리를 그대로 담았어요.”
작품에서 ‘그 목소리’는 엘사가 스스로 초능력의 근원을 찾아내도록 독려하는 미지의 음성이다. 오로라는 이 목소리로 주제곡(‘Into the Unknown’·숨겨진 세상) 가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오로라의 신비로운 음악은 영화 참여 전부터 세계적 팬덤을 일궜다.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 케이티 페리가 오로라의 팬이다. 영국의 전설적 전자음악 듀오 케미컬 브러더스의 곡에도 참여했다. 오로라는 “노르웨이의 민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30일 공연에서 오로라는 노리개를 달고 무대에 올랐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한복을 입고 공연한 영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중고 의류점에서 우연히 한복을 보고 너무 예뻐서 입어봤어요. 저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전통음악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답니다.”
한국에서 한복을 사려고 했지만 일정상 그러지 못해 안타까웠단다. 패션 감각도 독특한 오로라는 중고 의류를 구입해 직접 가위로 오려 자기 식대로 변형해 입는 걸 즐긴다. 그는 “‘겨울왕국 2’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인류 존재의 의미는 선함을 추구하고 자신과 우리와 지구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 믿어요.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함께 움직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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