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청와대에 제공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가명으로 조사해놓고 경찰청에는 “해당 첩보의 제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울산경찰청은 이후에도 8차례의 추가 보고를 했는데 송 부시장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경찰청 수사팀이 경찰청의 공식 보고라인을 건너뛰고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청와대에 직보(直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확보한 지난해 2월 8일 울산경찰청의 첩보 관련 경찰청 보고 내용엔 “(첩보의) 제보자와 수사 협조자가 특정되지 않아 계속해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2월 8일) 청와대의 문의에 따라 울산경찰청으로부터 첩보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같은 날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송 부시장의 제보에서 비롯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한 건 2017년 11월이었다. 경찰청은 이를 같은 해 12월 28일 울산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이 때문에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진 초기에만 해도 경찰 내부에선 “정말 청와대 하명 수사였다면 울산경찰청이 첩보를 받은 지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제보자도 특정하지 못했을 리 있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 4일 청와대 발표를 계기로 해당 첩보의 제보자가 송 부시장으로 드러나자 ‘울산경찰청 수사팀이 경찰청에 거짓 보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첩보 관련 진행 상황을 공식 보고하기 전인 2017년 12월과 지난해 1월에 한 차례씩 송 부시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청이 송 부시장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실명이 아니라 ‘퇴직공직자 김모 씨’라는 가명을 기재한 게 적법했는지도 논란이다. 현행 범죄신고자법엔 조서를 가명으로 작성할 수 있는 신고 대상 범죄가 테러단체 구성을 포함한 몇 가지로 제한돼 있는데 김 전 시장 주변 비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수사팀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직접 보지 않아 모른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9일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작금의 검찰 수사는 ‘적반하장’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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