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범죄에 울분 쌓인 한국 여성들…80% “한국 떠나고 싶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5일 09시 13분


울분 척도 4점 만점에 여성 2.73점, 남성 2.56점
범죄피해 등 삶의 불안 상대적으로 여성이 높아
성별 임금 격차 등 사회 공정성도 남녀 인식차 커

우리나라 여성들은 우울, 분노 등 울분 지수가 남성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성별 공정성과 안전 위협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 결과 10명 중 8명의 여성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청년 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 대응방안 연구 : 공정 인식에 대한 젠더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5000명의 ‘울분’ 척도는 4점 만점에 2.64점이었다.

이 중 여성의 울분 척도는 2.73점, 남성은 2.56점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울분 지수가 높았다.

울분 척도는 우울이나 불행, 분노, 억울, 부당함 등에 대한 감정 경험을 나타낸다.

20~30대 청년세대와 40대 이상 기성세대로 구분했을 때 울분 척도가 가장 높은 집단은 청년 여성으로 2.79점이었다. 반면 청년 남성은 2.53의 울분 척도가 나와 수치가 가장 적었다.

삶의 불안에 대해 성별, 세대별 차이를 조사한 결과 사회경제적 불안이 가장 주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4점 척도에서 청년세대는 2.63점, 기성세대는 2.40점이 나왔다.

남녀 간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은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이었다. 청년 여성은 범죄피해 불안 지표가 2.66점이었으나 청년 남성은 1.74점에 그쳐 큰 격차를 보였다. 기성세대도 여성 2.23점, 남성 1.78점으로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불공정성에 대해 느끼는 정도도 여성이 남성보다 컸다.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느냐는 질문에 여성은 86.1%, 남성은 78.4%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소득 및 임금 격차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청년 여성 82.8%, 기성 여성 85.6%인데 반해 청년 남성은 42.7%, 기성 남성은 66.5%에 불과했다. 학력, 기업 규모 등을 통한 소득 및 임금 격차 인식 정도가 10%포인트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성별 임금 불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남녀 간 인식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그 결과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질문에 청년 여성의 79.1%, 기성 여성의 6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청년 남성은 72.1%, 기성 남성은 66.0%가 동의했다.

여성들은 제도·제도에 대한 불신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 여성 87.8%, 기성 여성 93.2%은 우리나라의 제도와 정치가 다양한 집단의 생각이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각 세대별 남성의 응답률은 82.9%, 90.4%였다.

특히 의사결정직에 남성이 너무 많다는 질문에는 청년 여성 87.6%, 기성 여성 84.8%가 동의했다. 청년 남성은 43.1%, 기성 남성은 63.0%만 그렇다고 답했다.

단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 청년 여성은 58.4%가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기성 여성은 44.7%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평범한 개인이 힘을 모으면 정부나 국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항목에도 청년 여성 65.1%, 기성 여성 57.4%로 동의율 격차가 있었다.

연구진은 “세대를 불문하고 여성들은 격차가 부당하다는 인식과 차별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남성보다 강하고 청년 여성들의 범죄피해 불안을 매개로 문제의식이 강해져 세대별 성차는 청년세대에서 더욱 커졌다”며 “갈등의 분할선으로 성별이 아니라 불평등의 구성 원리로서 젠더를 이해할 수 있는 담론 확산과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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