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사받던 유재수 잠적하자… 조국, 靑감찰 중단 지시하고 ‘기록 갈아버리라’ 취지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檢, 진술 확보… 26일 영장심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사진)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의 청와대 감찰 중단을 지시한 뒤 “감찰 기록을 갈아버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3일 조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청와대 차원의 유 전 부시장 감찰 지시와 중단 명령을 내린 당사자가 조 전 장관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2017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은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특감반의 중간보고를 4차례 받은 뒤 유 전 부시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이 몇 차례 조사를 받은 뒤 잠적하자 갑자기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유 전 부시장 관련 감찰 기록을 모두 갈아버리라”는 취지로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금융위 측에 이유를 불문하고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과 청와대는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등을 ‘민정수석실의 정무적 책임이나 판단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정무적 판단이라는 궤변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사법체계가 용인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정당한 감찰을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원은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별문제 없다며 감찰하지 않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했다. 법조계에선 ‘해야 할 일을 안 한’ 우 전 수석보다 ‘진행 중인 일을 강제 중단시킨’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더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의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영장실질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김동혁 hack@donga.com·황성호 기자
#유재수#조국#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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