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이달 말 충북 혁신도시로 옮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수도권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완료된다. 2003년 기본 구상 이후 16년 만이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 10곳과 세종시, 기타 지역으로 이전했으며 이에 따라 수도권에 근무하던 5만2000명이 지방으로 이동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의 인구와 지방세 수입을 증가시키고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는 등 성과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교육 의료 등 생활 인프라 미비로 가족 동반 이주가 미흡하고, 혁신도시 인근의 구도심은 되레 쇠퇴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핵심 전문가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공공기관만 지방으로 옮겨간 뒤 서울에 남은 연관 민간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등 공공기관과 국내 산업의 경쟁력 동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했음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49.9%로 내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부족과 인구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226개 가운데 소멸 위기 시군구가 97곳이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
공공기관들이 지역 부활의 거점이 되려면 연관 기업들과 연구소 등이 혁신도시로 모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산학연 클러스터 형성이나 지역 산업과의 연계는 극히 부진하다.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 등 자구 노력보다 중앙정부에 손 내밀기 급급하다. 정부 여당은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을 2차로 지방에 내려 보내는 ‘혁신도시 시즌 2’를 공언하고 있다. 추가 이전을 결정하기 전에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이전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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