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소집하려던 국회 본회의를 하루 늦춰 오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종료된 상태에서 임시국회 회기가 새로 시작되면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선거법의 본회의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어제 대국민 호소문에서 “(선거법 강행 처리 시) 모든 합법적 수단을 강구해 선거법 개악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비례전문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은 맞불용 비례민주당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군소야당 일각에선 비례한국당과 같은 위성정당 창당을 원천 봉쇄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수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4+1’ 협의체 마음대로 기형적인 수정안을 만들어 놓고서 또다시 ‘수수정안’을 만들자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누더기인 선거법을 한 번 더 땜질하자는 것이다.
이런 선거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선거구 획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다. 지역구 253석 가운데 인구 상한선을 넘은 세종, 강원 춘천, 전남 순천 3곳이 분구되면 다른 3곳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선거구 획정까지 제1야당을 뺀 ‘4+1’ 협의체가 밀실에서 결정한 대로 밀어붙인다면 선거의 공정성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선거법 상정 순서를 앞당기자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서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선거법 처리가 끝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놓고 필리버스터가 또 벌어질 것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의 법적 근거가 되는 예산부수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면 정부예산 집행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병역법 개정안은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올해 시한이 끝나는 현행 병역법을 대체할 법안이다. 연내 처리가 무산되면 대체복무제 시행을 앞둔 병무 행정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정치적 공방을 하더라도 민생을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 여야는 최소한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우선 처리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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