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이미 왔습니다. 기술변화가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었을 때는 준비된 선도자(first mover)만이 제대로 된 기업 자문을 할 수 있죠.”
19일 서울 중구에 있는 법무법인 충정 회의실에서 만난 박균제 대표변호사(54·사법연수원 17기)는 충정이 맞이할 미래 법률시장에 대해 “지금껏 진정성을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가 충정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적 로펌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충정은 올해 유한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며 박 대표가 지휘봉을 잡아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 ○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될 때까지”
박 대표가 강조한 충정의 원칙은 ‘진정성’이다. 디테일에서 돋보이는 진정성이 고객을 감동시키고, 신뢰는 승소로 이어진다. 박 대표는 “필요 이상으로 변호사를 늘려 고객에게 비용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핵심인력으로 조직해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해 솔루션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충정의 주력분야인 테크앤컴즈(기술정보통신)팀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찾아온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증강현실, 게임, 공유경제 등과 같은 혁신기술과 관련된 법률·제도·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자문한다. 특히 혁신기술을 이용하는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국내 규제에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펌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전문 팀을 만들었고 3명으로 출발한 팀원은 12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당장은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자문하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될 때까지 같이 커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테크앤컴즈팀은 일주일에 두 번 기사 스터디를 하고, 팀장인 안찬식 변호사(48·사법연수원 31기)는 시간이 날 때마다 혁신기술을 공부한다. 최근 국내 대표 게임 기업인 한빛소프트의 홍콩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안 변호사는 “영세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면 프로보노(Pro Bono·공공의 이익을 위한 무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문한다”고 말했다.
테크앤컴즈팀은 올해부터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왔다. 최근 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려 병원·응급업체·약국·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테크앤컴즈팀의 조언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실증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업계 1위 헬스케어팀…승소율 90%”
충정의 헬스케어팀은 1993년 창업 때부터 제약·의료 기업의 특허·소송·라이센싱 등 국내외 영업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업계 1위를 지켜왔다. 박 대표는 “1993년 이후로 자문해왔던 회사가 떠난 경우는 없다”고 자신했다. 충정은 엠에스디,사노피 등 대형 외국계 제약·의료기기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대형 의료기관의 자문도 맡고 있다.
올해 헬스케어팀이 전부 패소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전부 승소와 일부 승소를 합한 승소율이 90%에 달한다. 최근 한 대형 병원의 의사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1심 패소를 뒤집고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000페이지가 넘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진정성을 보였다”며 “병원 측과 회의할 때마다 회의록을 자세히 정리해 보내자 ‘이런 로펌은 처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헬스케어팀과 테크앤컴즈팀이 쌓아온 전문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약·의료 분야를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와 같은 신기술로 병의 진단, 원격 진료, 원격 수술이 가능해져 기존의 법률·정책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테크앤컴즈팀이 축적해온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결국 헬스케어 산업의 지각변동에서 팀 간의 협업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내년에는 규모보다는 진정성과 전문성을 다지며 ‘초심’으로 돌아갈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론 재택근무 등도 가능하도록 야근 문화를 바꾸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드는 등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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