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 ‘4+1’안 철회하고 독소 없앤 대안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0시 00분


범여권 ‘4+1 협의체’가 합의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오늘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공수처의 중립성 및 독립성 보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당은 표결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 법안과 별개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수정안을 28일 발의했다. 이 수정안은 ‘4+1’ 안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고위공직자 우선 수사권’ ‘강제 이첩권’ 등을 삭제했다. 공수처 검사의 경력도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이고 전문성 요건을 강화했다. ‘4+1’ 안은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가 요청할 경우 무조건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정안은 공수처가 검경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되 이첩 요청이 강제성을 띠지 않도록 해 검경이 독자적으로 인지한 수사는 계속할 수도 있게 했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총량은 늘어나고 상호 견제가 가능해 공수처 설립의 본래 취지에 더 가깝다.

‘4+1’ 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7명을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추천에 국회 추천 4명을 더해 구성하지만 수정안은 7명 모두 국회 추천으로 구성해 대통령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줄였다. 또 ‘4+1’ 안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도록 한 반면 수정안은 공수처에 수사권, 검찰에 기소권을 부여하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경우 국민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처분의 적절성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4+1’ 안은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원안보다 더 여권에 의해 좌우되는 방식으로 개악됐다. ‘4+1 협의체’ 정당에 속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까지 나올 정도다. 무기명 투표에 부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권 의원 수정안에는 몇몇 자유한국당 의원도 찬성하고 나섰다. 한국당을 포함하는 여야 합의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빙자해 공수처를 또 다른 무소불위의 검찰로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수처가 꼭 필요하다면 독소를 줄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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