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해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국민 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부동산 관련 세입을 대폭 늘려서 가칭 ‘부동산 공유기금’을 조성한 뒤 이 기금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박 시장은 앞서 보유세를 지금보다 3배 정도 올리자는 등 ‘고강도 부동산 정책’ 구상을 쏟아내 왔다. 부동산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연일 ‘튀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책은 다양한 정책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면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쏟아내는 정책은 즉흥적이고 인기영합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박 시장의 ‘부동산 공유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권 행사를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을 뛰어넘는 발상이다.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칠 우려도 있다.
1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공유기금 마련 방안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박 시장이 재원으로 언급한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라서 서울시가 가져가기 어렵다. 서울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개발부담금, 기부채납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이나 기부채납으로 얻어낼 세입은 당장 내년은 기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발사업 이익의 25%를 부과하는 개발부담금 가운데 절반은 국가, 나머지 절반은 자치구 몫이다. 서울시가 가져올 자금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집값 폭등을 초래한 바 있다. 졸속적인 접근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했을 텐데도 더더욱 반짝 인기나 관심을 끄는 데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이다. 수도 서울의 수장에 걸맞게 진중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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