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2019, 화해의 2020[윤희웅의 SNS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3시 00분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사람 사는 곳에는 갈등이 따른다. 갈등 없는 조직이나 사회가 있다면 살아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예전엔 갈등을 악(惡)으로만 보았지만 최근엔 갈등의 순기능을 인정한다. 갈등이 드러나야 숨어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정체되지 않고 긍정적 변화의 기회를 갖게 된다.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해소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갈등이 어떤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고, 갈등 상황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살펴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갈등 단어가 들어간 문서를 수집해 연관어를 분석해 보았다. 먼저 갈등 관계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가장 상위에 올랐다. 갈등을 문제 상황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사회가 많이 언급되는데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다. 정치도 많았다. 정치가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 가족, 아이, 부모, 고부, 결혼 등도 많이 확인되는데 함께 생활하는 가까운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나타낸다. 친구도 많이 나온다. 자주 보는 만큼 갈등도 빈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중국, 미국, 일본, 무역 등도 제법 많은데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이 올해 비중 있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 외 교육, 세대, 종교, 노사 등도 갈등과 함께 언급된다.

사람들은 갈등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음, 고민, 감정, 대립, 스트레스, 우려, 분쟁, 위기, 고통, 분열, 다툼, 어려움, 싸움, 상처, 충돌 등 죄다 힘든 심정을 의미하는 연관어들이 확인된다. 이혼, 소송도 상위에 들어있다. 갈등 해소의 기대감이 사라질 때 결국 선택하게 되는 대안들이다.

갈등이 해소된 상황을 화해로 볼 수 있다. 화해가 이루어지면 멀어진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사회는 한층 건강해진다. 화해의 연관어들도 살펴보았는데 마음, 사랑, 평화, 행복, 변화, 도움, 건강, 만족 등 갈등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들 반대쪽의 따뜻한 단어들이 한가득 나타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갖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무려 91.8%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에 대해서는 85.3%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은 81.1%,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는 78.9%, 기업가와 근로자 사이는 77.7%,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도 68%가 갈등이 크다고 답했다. 갈등이 미해결 상태로 장기간 똬리를 틀고 사회의 변화를 막고 있다. 화해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화해의 연관어들을 자세히 보면 사과와 용서, 사랑, 감사, 대화, 노력 등의 단어도 비중 있게 들어가 있다. 화해로 인한 평화와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고,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어느 한쪽이 이긴다고 화평이 오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우리 마음과 사회를 어지럽힌 갈등의 2019년을 떠나보내고, 화해의 2020년 새해를 맞길 기원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갈등#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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