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강한 팀은 어디일까. 두산베어스다. 두산은 지난 5년간 3번의 우승을, 2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5년 통산 승률이 60%가 넘는 유일한 팀이고 437승으로 최다승 팀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2위(키움히어로즈)보다 52번이나 더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사했다. 이렇게 두산베어스가 신나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비결은 무얼까. 힌트가 하나 있는데, 두산의 마스코트인 곰과 관련이 있다.
1926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1890∼1984)는 역사상 가장 빼어난 업적을 남긴 위인 301명을 꼽아서 이들이 보통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등이 여기 속했는데, 뜻밖에도 이들의 지능, 외향성, 밝은 성격 등은 일반인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학교 성적이 모두 우수한 것도 아니었다. 콕스가 찾은 결정적 성공지표는 열정과 끈기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앤절라 리 더크워스(49) 역시 수천 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했고, 그 결과 ‘그릿(Grit)’이 학업, 비즈니스, 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 그릿이란 목표가 생기면 끝까지 식지 않는 열정, 실패와 역경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끈기를 말한다. 더크워스 교수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높은 지능이나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다. 목표를 향한 열정이 약해지는 일이 없고,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며, 포기할 줄 모르고 끈덕지게 자기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두산베어스 야구단이 잘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직 그릿’이다. 두산은 그릿이 개인에 국한된 특성이 아니라 조직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팬들에게 보여지는 두산의 팀 컬러는 곰과 같은 꾸준함과 강인함이다. 이 팀 선수들은 자신들이 열정적이고 끈기 있는 팀에 속해 있다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산을 열정과 끈기를 갖춘 팀으로 만들었을까. 먼저 인재 선발 방식을 들 수 있다. 두산은 선수를 선발할 때 당장의 성적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팀에 맞는 선수인지를 본다고 한다. 또 더그아웃 분위기가 밝기로 유명한 팀이다. 서로 대화도 많고, 실수에도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앞세운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서로 도와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성장 마인드셋’도 팀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둬 선수를 선발한다. “좋은 선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이 드러난다. 외부에서 스타 선수를 영입해 즉시전력으로 쓰기보다는 잠재력 있는 선수를 키워서 장기적으로 쓰는 문화다. 또 선발한 선수들에겐 드래프트 순번과 관계없이 고르게 출장 기회를 준다.
두산베어스의 사례에서 보듯, 튼튼한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과 성장 마인드셋은 ‘그릿 있는 조직’을 만드는 성공 공식이다. 그러나 요즘 기업이나 대학에서 열정, 끈기, 투지, 목표 공유 같은 것은 그리 높이 치는 덕목이 아니다. 이런 것들을 대놓고 찬양하거나 강조했다가는 옛날 사람 같다고 욕먹기 딱 좋다. 최근엔 운동선수들마저도 ‘근성 있다’는 소리 듣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의 맹목적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던 전체주의 시대의 경험이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것이 모두 틀리고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전체주의 시대에 강조됐던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열정과 끈기, 그릿도 마찬가지다. 두산의 성공 사례는 열정과 끈기, 그릿이 시대와 분야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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